시사주간지 타임은 해마다 연말이면 '올해의 인물'을 선정한다. 세계의 언론들은 타임이 정한 한 해의 인물에 주목해왔다. 누가 지구촌 최대의 뉴스 메이커인지,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은 어떤 사람들인지….국내에서는 한국인이 포함됐는지도 관심사다.

2010 올해의 인물 선정작업이 인터넷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타임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뽑은 25명의 후보를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일반인들로 하여금 클릭으로 투표하게 하는 식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들어가 있고,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도 포함돼 있다. 초대형 기름유출 사고를 낸 BP의 토니 헤이워드와 메리 샤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장도 리스트에 올라 있다. 미 프로농구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도 있고,여가수 레이디 가가도 들어있다. 이들의 면면만 훑어봐도 올 한 해 세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25명의 리스트 중 특별히 눈길이 가는 올해의 인물이 있다. 칠레의 광부들과 '실직한 미국인'(The Unemployed American)이다. 칠레 광부들은 지하 700m에서 69일간 암흑세상을 이겨내고 당당히 살아나온 영웅들이다. 지금 세계 경제가 힘들고 지구촌의 미래는 더욱 불확실하다지만,어떤 난관도 이겨온 수만년 인류의 의지를 보여준 그들이다. 순위를 떠나 올해의 인물이 될 만하다.

미국의 실업자들도 또 다른 측면에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문명과 과학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화려한 21세기,우리들의 또다른 자화상이기에 더욱 관심가는 올해의 '인물'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2000년 이후 2008년 중반기까지 4~5%대에서 오르내렸다. 2003년 중반 잠시 6%대로 올라가기도 했지만 바로 내려갔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직 상승했고,지난해 5월 이후 계속 10%대에 육박한다.

국제뉴스 데스크에서 접하는 미국의 고용문제는 이제 웬만해서는 기사축에도 끼지 못한다. "고용문제가 좋아진다"거나 최소한 그럴 조짐이 명확하다는 소식이면 모를까,청년실업,고학력 일자리 부족,베이비 부머의 준비 안된 조기 퇴직,중하위층의 직장 불안정과 같은 분석에서부터 지금의 실업난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이르기까지 고용문제에 대한 걱정은 끝없이 이어져 왔다. 실업수당을 새로 받는 이가 매달 40만명을 넘고,누적으로는 430만명에 달하는 판이다.

핵폭탄보다 더 무섭다는 게 실업이다. 최근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여야간 승패가 바뀐 것,오바마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온통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 모두가 이 틀로 보면 이상할 게 없다. 고용 문제가 미국만의 문제는 물론 아니다.

그래도 미국은 실업문제의 심각성은 제대로 인식하는 것 같다.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씩 오르고 내릴 때마다 실업률이 0.3%포인트가량 내리고 오른다는 전통적인 룰이 이제는 꼭 들어맞지도 않는다지만,그래도 최소한의 성장을 이뤄놓고 보겠다는 자세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아시아 순방에서 세일즈 외교에 초점을 둔 것이나,무역수지 개선에 총력전을 다짐한 일,글로벌 환율전쟁에서 한판 승부를 피하지 않는 것,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열심인 것,이 모두가 바탕은 고용문제에 닿아 있다.

내년엔 '복직한 미국인'이 타임의 올해 인물에 꼭 들어가길 바란다. 미국에서 복직자 증가가,중국에서 청년 취업 확대가 우리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까닭이다.

허순원 국제부장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