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의 예산심사 기간이 너무 짧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국회의원들이 예산국회를 사흘째 파행시켰다. 법정 처리시한(12월2일)까지 불과 13일이 남아있어 졸속 심사가 우려된다. 8년째 처리시한을 넘길 가능성도 적지않다.

한나라당은 1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강행했다. 지난 17일 예결위 첫날 종합정책질의 때부터 민주당이 민간인 불법사찰 등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하며 참석을 거부하자 이날 단독으로 예결위를 소집한 것.이에 서갑원,최종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예결위원장석 앞에서 '민간인 불법사찰,대포폰 국정조사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검찰총장 출석시켜" 등의 고함을 지르며 강력 반발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예산에 대한 국회의 심의 · 의결은 정해진 법정기한 내에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며 "예산 문제와 다른 여러 현안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헌법에 12월2일로 명시된 국회의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언급하며 "지난 7년간 한번도 제 시간에 처리하지 못했다는 기록을 정말 바꿔야 한다. 이번에는 꼭 지키려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대로 예산국회가 진행된다면 올해도 예산안 처리는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이 끈질기게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의 국정수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행정권이 국민사찰을 무차별 자행하고 대포폰까지 동원해 이를 은폐하는 범죄가 백주대낮에 발생했다"며 "재발방지와 철저한 조사가 이뤄진 뒤 예산심사를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전병헌 의원도 "민간인과 야당 대표,정치인에 대한 사찰은 민주주의 유린,국민 탄압,국회 무력화 행위"라며 "예산심의가 하루이틀 늦어진다고 천지가 개벽하느냐.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를 마련한 뒤 예산심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후엔 위원장석 앞자리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여야 의원들 간 막말이 오갔다. 정해걸 한나라당 의원이 정책질의를 하는 도중 몇몇 야당 의원들이 "발언하지 마"라고 소리지르자 정 의원도 함께 "말 놓지 말란 말이야"라며 고함을 질렀다.

김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나 특검에 대해선 부정적이지만 재수사에 대해선 "그 부분은 고민"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조만간 여야 원내대표들끼리 만나 이 사안에 대한 협의를 할 예정이어서 민주당 측이 타협안으로 재수사를 제안하고 김 원내대표가 이를 받아들이면 예산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도 나온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