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인수ㆍ합병) 불확실성, 신뢰 상실 등의 이유로 주가가 폭락했던 상장사들이 증시에서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너무 많이 하락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회사의 장기 성장성에 의심이 가지 않는다면 '역발상 투자'가 가능한 시점이란 조언이다.

◆M&A 우려로 폭락했던 주가, 안정 되찾아

19일 오전 10시 46분 현재 현대건설은 전날보다 1200원(2.01%) 오른 6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중인 현대건설은 현대그룹 피인수가 결정된 직후인 지난 16일 하한가를 기록했고, 다음날인 17일에도 4.82%의 약세를 보였다. 현대그룹보다 자금동원 능력이 월등한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되는 게 회사로 보나 주가로 보나 더 좋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와는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자 실망을 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대거 내놨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인수가격이 제시된 점은 현대그룹의 자금동원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이로 인해 폭락세를 보이던 현대건설 주가는 18일 1% 가량 오르며 반등한데 이어 이날은 상승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의 현재 영업가치만 놓고 봐도 6만원 내외의 주가는 충분히 매력적이란 평가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서다.

현대그룹 상장 계열사인 현대상선(2%) 현대엘리베이터(2.97%) 등도 급락세를 멈추고 각각 이틀째, 사흘째 상승하고 있다.

M&A 이슈로 약세를 보였던 KT&G는 반대로 이를 철회하자 주가가 오른 경우다.

KT&G는 최근 현대시멘트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현대성우리조트 인수를 검토했다. 스키장과 숙박시설, 골프장 등이 갖춰진 이 리조트를 향후 인삼 관련 테마파크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크지 않은 사업 연관성, 3000억원으로 알려진 막대한 인수비용 등은 그러나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달 초 7만원에 육박하던 주가가 지난 16일 6만3000원까지 하락한 것. 평소 변동성이 크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주가가 많이 빠진 셈이다.

하지만 회사 측이 전일 돌연 인수 철회 사실을 공시하자 KT&G는 이날 현재 1.9%의 강세를 보이며 6만4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기대 컸던만큼 실망도 컸지만…

원전 관련주도 터키 원전 수주가 난관에 부딪히자 폭락하더니 조금씩 되살아날 조짐이다. 두산중공업이 전날보다 2100원(2.49%) 오른 8만6600원에 거래되고 있고, 모건코리아(0.98%) 비에이치아이(0.62%) 등도 이날 소폭 상승세다.

원전 관련주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경우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터키 원전을 수주할 것이 유력시 됐지만 정부가 지난주 말 돌연 "일단 무산됐다"고 알렸고, 이 때문에 이번주 초 한전기술 한전KPS 두산중공업 등을 중심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의 원전 가격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추가 협상으로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있다"며 여전히 기대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 주가도 급락세가 진정되는 분위기다. 연합과기 등 일부 종목은 이날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차이나하오란(2.16%) 차이나그레이트(1.93%) 중국원양자원(1.50%) 웨이포트(1.27%) 등은 탄탄한 흐름이다.

중국 기업 중 대장주로 꼽히는 중국원양자원의 유상증자 번복 소동과 명의신탁 의혹 탓에 이달 초중순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 주식에 대한 투매가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주가하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연합과기에 이어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장본인으로 꼽힌 중국원양자원 측이 향후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추가 자금조달도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점도 투자심리 안정에 도움이 됐다.

송동헌 현대증권 연구원은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중국원양자원의 대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시행착오가 다소 있긴 하지만 중국기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다시 쌓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중국 내수소비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관련 기업의 성장성은 향후에도 두드러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