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에 대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국정조사 요구와 야당의 특검법안 제출에 대해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손 대표의 잇단 공세에 정면 대응은 자제했다. '정치 싸움'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그렇지만 속으론 부글 부글 끓고 있다. 손 대표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8일 "검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사안을 국정조사 운운하는 것은 정치공세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청목회 사건과 관련해 의혹이 있다면 검찰 수사에 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떳떳하게 받겠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정치쇼"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손 대표가 '영부인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밝혀내고 물어볼 것'이라고 한 데 대해 격앙된 분위기다. 다른 관계자는 "손 대표가 정치에도 금도가 있는데 한참을 넘어섰다. 취약한 당의 기반을 넓히기 위해 '오버'한다"고까지 했다.

한나라당도 발끈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손학규 대표가 정쟁만 일삼고 정작 정책에 대해서는 한번도 말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이 저렇게 가면 우리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손 대표가 과거 신한국당,한나라당에 있을 때 했던 수많은 말들과는 180도 다른 말들을 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정책에 대한 얘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은 의총에서 손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데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춘식 의원은 "손 대표가 강수를 써 입지를 강화하려 하는데 국민은 막말하는 손 대표가 대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걸 의원은 "왜 야당에 끌려 다니냐.여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손숙미 의원은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도를 넘은 야당의 정치공세에 휘둘려서야 되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고흥길 정책위 의장은 "야당의 예산 발목잡기는 늘 있어왔던 수법이고 우리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일부 야당의 파행 목적이 이 정부에 상처를 입혀 다음 총선,대선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있다고 판단되면 다음 주부터 협조받을 수 있는 야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상임위와 예결위 심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손 대표에 대해"아니면 말고 식으로 빠지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의혹에 대한 자료가 있다거나 근거가 있다면 밝히라"고 요구했다.

홍영식/구동회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