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로 벌어들인 돈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거의 회수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렴치범들이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나중에 숨긴 재산으로 버젓이 호의호식하며 살도록 내버려두고 있다는 얘기이고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전국 법원이 선고한 24건의 주가조작사건과 173건의 횡령 등 197건의 판결을 분석한 결과 몰수나 추징을 통해 범죄수익을 환수한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부정하게 챙긴 돈을 회수하는 비율이 1%에 불과, 국가가 사실상 몰수 추징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법원과 검찰 모두 범죄수익 환수에 별 관심이 없는 탓이다. 법원은 "검사가 몰수 구형을 하지 않으면 법원은 추징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범죄수사와 공소 유지를 하는 것만도 벅찬데 은닉재산 목록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추징은 고사하고 범죄 피해자가 배상명령을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실제 피해를 배상받는 일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법원이 배상명령을 인용하는 경우는 전체의 3분의 1 정도에 그치는 데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개인이 범인의 재산을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죄로 돈을 벌어도 잘만 숨기면 나중에 펑펑 쓰고 살 수 있게 내버려 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가 이런 사회를 공정한 사회라고 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횡령,배임,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마약, 뇌물 관련 범죄처럼 범죄수익을 의무적으로 몰수하도록 관련 법 규정을 서둘러 개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형법의 몰수 관련 조항을 개정, 몰수 대상을 좀 더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의심 가는 돈에 대해서는 검찰 측이 아니라 피의자가 범죄수익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토록 하는 방법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횡령과 주가조작 사건은 점점 더 늘어나고 방법도 교묘해지는 추세다. 국가가 이런 범죄를 뿌리 뽑지는 못할 망정 결과적으로 이를 조장하는 일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