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콜롬보를 수입 · 판매하는 오르비스인터패션이 콜롬보 본사 인수에 나선다. 이 업체가 콜롬보를 인수하면 휠라 MCM 루이까또즈에 이어 국내 패션업계에선 네 번째로 '꼬리가 몸통을 삼킨' 사례가 된다.

이혜경 오르비스인터패션 사장(54 · 사진)은 18일 "콜롬보의 대주주인 모레티 일가가 보유한 회사 지분을 최소 50%에서 최대 90% 인수해 경영권을 넘겨받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다만 로베르토 모레티 회장이 지난해 갑작스럽게 사망함에 따라 유산 상속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매입 지분 규모와 인수가격 등은 내년 하반기 중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953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문을 연 콜롬보는 2000만~1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악어백(오데온 백)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보통 7마리 중 1마리꼴로 나온다는 최고급 악어가죽에 빨강 노랑 초록 등 화려한 색상을 입힌 게 콜롬보 가방의 특징이다. 1998년 오르비스인터패션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뒤 '상위 1%'를 위한 '시어머니용 혼수품'으로 유행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이 사장이 콜롬보 본사 인수에 나선 것도 오르비스인터패션이 한국 시장에서 거두는 매출이 콜롬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위상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사는 서울 신라호텔 아케이드와 갤러리아 명품관을 비롯해 전국 13개 호텔 · 백화점 등에 단독 숍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쿠웨이트 등 8개국에 진출했지만 다른 브랜드 제품과 함께 진열되는 멀티숍에 입점했을 뿐 단독 숍으로 운영하는 곳은 이탈리아와 한국뿐이다. 그나마 본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에도 단독 매장은 하나밖에 없다.

오르비스인터패션 관계자는 "콜롬보 본사는 한국을 콜롬보의 최대 시장으로 키운 이 사장의 역량을 높이 평가해 마케팅 전략은 물론 제품 디자인을 개발할 때도 그의 제안을 많이 수용해왔다"며 "공동대표인 파비오 모레티,마시모 모레티 형제도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이 사장이 본사를 인수하는 데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이에 대해 "경영권을 인수한 뒤에도 콜롬보의 기존 경영 시스템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모레티 형제들과 함께 브랜드 전통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콜롬보 본사 인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중국과 인도에 신흥 부유층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최고급 악어백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주력 상품인 100% 악어가죽 가방 외에 캔버스 천과 악어가죽을 혼용해 만든 가방도 내놓을 예정이다. 보다 저렴하고 대중적인 악어백 라인을 내놓겠다는 얘기다. 이 사장은 "정통 100% 악어백과 새로 개발하는 악어백으로 국내 시장은 물론 중국 인도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이 1992년 설립한 오르비스인터패션은 콜롬보 외에도 지암바티스타발리,시모네타 라비차,크리지아 등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