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유럽발(發) 금융불안이 다시 글로벌 금융시장을 엄습하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가 국제통화기금(IMF) 및 유럽연합(EU)과 구제금융 지원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2의 그리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포르투갈 재무장관이 "포르투갈도 국제사회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할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히면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전체에 재정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상황이다. 그리스 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던 지난 봄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상황이 전해지면서 두 나라의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는가 하면 유럽과 미국의 주요 증시가 모두 1% 넘게 급락하고, 유로화 가치는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더욱이 심각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미국내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6000억달러를 풀기로 한 제2차 양적완화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 이래저래 시장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국내 증시 또한 지난주 '옵션 쇼크'로 불리는 주가급락 사태의 충격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 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는 양상이다. 어제 큰 폭으로 하락하며 출발했던 국내 증시는 다행히 장 마감 때 하락분의 대부분을 만회했지만 원 · 달러 환율은 어제만 15원 넘게 급등, 혹시 외국 자금이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높였다. 지난 11일 하루만에 무려 1조3000억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내며 '옵션 쇼크'를 일으켰던 외국인이 어제 다시 3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운 것도 이런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해외 동향을 면밀히 점검, 국내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 3분기 기업실적 둔화,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움직임 등이 대외 요인과 결합해 국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면서 적시에 적절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