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난주 끝난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핵심 쟁점인 환율 문제와 관련,시장의 결정에 따르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환율 제도는 시장원리에 맡기자는 이 합의는 지난번 경주에서 열렸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의 합의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하지만 어딘가 개운치 않은 점이 있다. 당초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제시했던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폭을 4% 이내로 제한하자는 과감한 대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어쩐지 김 빠진 맥주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중국과 독일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의 입장에서 경상수지 4% 제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이 지난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국제무대에서마저 이젠 힘이 빠진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는다.

경상수지 폭뿐만이 아니다. 지구촌의 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한 좀더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내년 프랑스 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로 미룬 것도 그다지 잘된 게 아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G20 정상회의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미국 간 무역전쟁의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셈이다. 상황이 이러니 오바마 대통령의 귀국 발걸음은 무거울 것이다. G20에서 얻은 게 없는 데다 자신이 직접 G20 정상회의 전에 해결을 보겠다고 시한을 정해 놓았던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마저 성과가 없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은 얻은 게 100%인 반면 미국이 얻은 건 0%다. 말 그대로 오바마 대통령은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 · 미 FTA와 관련,미국 자동차가 한국의 비관세 장벽에 가로막힌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한 발언을 한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이 자동차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은 자동차 문제에 대해 대체적인 합의에 근접한 상황에서 미국 측이 한국이 수용할 수 없는 쇠고기 추가 개방을 계속 요구한 게 협상 결렬의 원인이라는 것을 보고받지 못한 것인가.

지금 오바마 정부는 곤경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빈손으로 귀국한 것은 아시아로서는 좋지 않은 신호가 될 수 있다. 나는 한국이 곤경에 빠진 오바마 대통령을 돕는 것이 옳다고 본다. "FTA 를 안하면 안했지 쇠고기에 대한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극단적인 강경론보다는 모종의 절충안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나는 공화당 출신이라 민주당인 오바마 정책을 100% 찬성하지는 않는다.

물론 현 시점에서 30개월 지난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게 되면 국내에선 "미국에 끌려 다닌다"는 비판과 함께 또다시 촛불시위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 내 미국산 쇠고기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1년 안에 추가 협상을 하는 쪽으로 절충안을 내는 것이 어떨까 한다.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같은 복잡한 사안들을 내년 정상회의로 미룬 것처럼 한 · 미 간 쇠고기 문제도 내년으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모두가 승리하는 '윈-윈 협상'의 원리다.

김창준 < 전 미 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