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축구, 밤엔 시낭송…이색 문학 행사
'글발'은 한국시인협회 소속 문인들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시인 축구단.이날 이건청 한국시인협회장을 비롯해 '글발'의 감독을 맡고 있는 채풍묵 시인과 김왕로 전윤호 박완호 우대식 서수찬 시인,자칭 치어리더인 구순희 최춘희 김지헌 심수현 하정임 등 여성 시인들까지 모두 32명이 함께했다.
경기 상대는 남해의 대표적인 아마추어 팀.25분씩 4타임으로 치르는 경기는 처음부터 팽팽했다.
박후기 이시백 김요한씨 등은 하루 전에 도착해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시고도 펄펄 날았다. '음주 후 경기'는 '글발'의 전통이기도 하다. 작년 제주도 경기에서도 새벽까지 무리를 하고도 평균 연령이 10세나 아래인 상대팀을 6 대 1로 제압했으니까.
가장 먼저 터진 골은 어이없게도 우대식 시인의 자책골이었다. 곧이어 김왕로 시인의 '글발' 첫 골이 상대 문전을 갈랐다. 골 결정력이 뛰어난 스트라이커 김왕로 시인은 항상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어느덧 이날 경기의 막바지.남해바다가 유자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무렵,'글발'팀의 채풍묵 시인 등이 두 골을 추가해 남해팀과 사이좋게 3 대 3으로 경기를 마쳤다.
창단 당시 평균 연령 20대 시인들이 어느덧 4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지만 '글발'의 기량은 어떤 팀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됐다.
이건청 시인협회장은 경기 후 "'글발'축구팀은 한국을 대표할 만한 역량 있는 시인들로 구성돼 있고 오랫동안 팀워크를 다져왔다"며 "이들이 갖춘 축구 역량도 막강한 것이지만 젊음과 용기,상호 간의 시적 호승심이 한국 시 발전의 동인으로 확산돼 가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한국시인협회가 '좋은 시 널리 알리기' 사업으로 펼치고 있는 연속기획 '길 위의 시인들'의 여덟 번째 행사를 최근 개관한 남해유배문학관(관장 김성철)에서 열었다.
유배문학관은 서포 김만중 선생을 비롯해 자암 김구,후송 유의양 등 한시대를 풍미했던 유배 문인들의 삶을 기리고 이들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하기 위해 이달 초 완공됐다.
옛 선비들의 묵향이 묻어나는 이곳에서 남해인과 어울려 시를 낭송하고 가을밤의 풍류를 즐기는 의미는 그래서 더 각별했다.
남해=김지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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