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막판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제한된 범위'라는 전제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신흥국들은 급격한 자본 유출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외국 자본을 규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외국 자본의 단기 유출입을 막기 위한 신흥국의 시장 개입을 사실상 허용한 것으로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출범한 이후 66년간 지탱해온 '국제 자본거래 자유화' 원칙을 뒤엎은 중대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G20 정상들은 또 미국이 요구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내년 상반기까지 구체화하기로 합의했다. 개별 국가들이 향후 중장기적으로 실천해야 할 정책 방안을 담은 '서울 액션플랜'도 채택했다.

G20 정상들은 12일 국제 경제 현안에 대한 1박2일간의 논의를 끝내고 이 같은 내용의 '서울선언(코뮈니케)'을 발표했다. 핵심 의제인 환율 문제와 관련,정상들은 지난달 말 경주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합의한 '시장결정적 환율제로의 이행'과 '경쟁적 평가절하 자제' 등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신흥국으로의 자본 유입 급증에 따른 외환 변동 위험을 고려해 자국 통화가치 고평가(환율 하락)가 심화하는 등 요건을 갖출 경우 거시건전성 규제(외자 유입 규제)에 나설 수 있도록 인정했다. 이번 합의로 한국도 외국 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단행할 근거를 얻었다.

서울선언에서는 미국의 '2차 양적완화' 논란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정상들은 또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향후 로드맵을 제시하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했다. 내년 11월까지 가이드라인에 대해 결론을 내기로 했다.

서울 액션플랜에는 각국별 중기 재정 · 물가 · 통화 · 경상수지 계획에 대한 평가와 정책 과제가 담겼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제안해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에서는 위기에 처한 여러 국가에 탄력대출제도(FCL)를 동시에 적용하는 쪽으로 한 단계 진전된 결과를 도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합의사항을 행동계획으로 구체화했다는 점"이라며 "이번 서울 회의를 계기로 환율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다음 G20 정상회의(제6차 )는 내년 1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