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측 경상수지 중재안도 반발 거세
환율 문구도 수정 요구 많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분쟁 종식을 위한 해법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짐에 따라 오는 12일 발표될 서울 선언문이 빛이 바랠 위기에 봉착했다.

G20은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 합의를 계승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보다 한 단계 진전된 표현을 서울 선언문에 싣는 것에 대해 평행선을 달려 '환율 분쟁 종식'을 천명하려는 우리나라의 계획이 어긋날 상황에 처해있다.

◇美.中.獨, 환율.경상수지 동상이몽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관련 해법 논의가 난항을 거듭하는 가장 큰 이유는 G20 핵심국가들이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시장 결정적 환율제를 이행하기로 해놓고도, 미국이 제2차 양적완화 정책을 구사하고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머뭇거리는 등 오히려 반대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환율 분쟁 진화를 위해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함에 따라, 이번 서울 회의에서 이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시한과 지침에 논의되면서 독일 등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까지 반발해 상황이 더욱 꼬이게 됐다.

급기야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경상수지를 국내총생산(GDP)의 4% 이내로 관리하자'는 제안을 했던 미국조차 제2차 양적완화 정책으로 G20 회원국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마련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 G20 의장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사면초가에 처한 셈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이 앞서 제시했던 경상수지 목표치에 대해 "이를 채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당치 않다"면서 경상수지를 감시할 조기 경보체제의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브라질 등 신흥국은 이같은 미국 측 입장에 대해 반발하고 있으며, 중국 또한 미국의 제2차 양적완화를 구실 삼아 자국의 위안화 절상 문제 거론을 회피하고 있어 결국 11일과 12일 주요국 정상들 간의 만남에서 담판 형식으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 경보체제.시장결정 환율 강조될 듯

이같은 교착 상태에도 불구하고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분쟁과 관련해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내야만 보호무역주의 재발 등을 막을 수 있다는데 정상들이 공감하고 있어, 12일 서울 선언문에는 큰 틀에서 추가적인 환율 분쟁 안전장치들이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상들은 기본적으로 경주 G20 재무장관에서 합의된 환율 및 경상수지 원칙의 이행을 다시 한번 천명할 예정이다.

즉 '보다 시장 결정적인 환율 제도를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한다'와 '경상수지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모든 정책수단을 추구한다'는 기존의 합의 내용과 함께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마련 방침 등이 다시 강조될 예정이다.

다만 '시장 결정적 환율제 이행'에 있어 일부 국가의 이견이 제기됨에 따라 '경제 기초여건이 반영될 수 있도록 환율의 유연성을 늘린다'는 문구로 다소 수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경쟁적인 통화절하 자제'도 '경쟁적 통화저평가 자제'로 수정 여부도 검토 대상에 올라가 있다.

아울러 미국이 제시한 경상수지 조기경보체제 구축도 일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즉 경상수지 가이드마련에 대한 합의 시한을 내년 프랑스 회의까지 제시하고 IMF가 이에 대한 이행 방안을 마련하면서 경상수지 과다 흑자.적자국에 대한 조기경보를 하도록 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독일 등이 경상수지 과다 흑자국의 경우 국가마다 수출 경쟁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서울 선언에는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및 조기 경보체제 구축에 있어 각국별 경제 펀더멘틀 및 국가적.지역적 환경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부분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서울 회의에서 경상수지를 감시할 조기경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는 G20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으나 경상수지의 과도함과 환율 정책에 대해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