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삼성화재 등 계열사 주식 8100억원어치를 처분한다. 회사 측은 재무구조 개선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금융계에선 절세효과와 그룹 차원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준비 목적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카드는 11일 이사회를 열어 보유 중인 주식 중 삼성화재 200만주,삼성증권 314만3000주,삼성엔지니어링 70만4000주,삼성정밀화학 80만5000주 등을 처분키로 결의했다. 매각은 12일 시간외 거래를 통해 이뤄지며 주식은 기관투자가에 넘어가게 된다고 삼성카드는 설명했다.

매각 대금은 삼성화재 4020억원,삼성증권 2156억원,삼성엔지니어링 1337억원,삼성정밀화학 618억원 등 총 8100억원 정도다. 삼성카드는 이번 주식 매각으로 6300억원가량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계산했다.

삼성카드는 주식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기존 차입금 상환 및 영업자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각종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비용 증가 등 경영환경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주식 매각을 결의했다"며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한 영업자금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삼성카드의 계열사 지분 처분에 대해 '법인세 혜택을 받기 위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세법은 적자를 낸 회사에 대해 5년간 법인세를 감면해 주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며 "삼성카드가 신용카드 부실 대란의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낸 데 따른 법인세 감면 효과가 올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신용카드 부실 대란으로 2003년 1조3000억원,2004년 1조1000억원,2005년 1조3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냈다. 삼성카드는 올해 말까지 누적 결손금이 1조2000억원 정도여서 세전 순이익 1조2000억원까지는 올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삼성카드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4333억원에 불과해 법인세 혜택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 삼성카드는 올 한 해 6000억원 안팎의 세전 순이익이 예상되는데,추가로 6000억원의 이익을 더 내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주식 매각에 따른 삼성카드의 법인세 절감 효과가 1000억원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 일각에선 삼성카드가 단순히 재무구조 개선이나 법인세 혜택만을 노린 것은 아니라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한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기 위해 삼성카드가 갖고 있는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는 분석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은 삼성카드 지분 26.41%를 갖고 있는 삼성생명이 지주회사가 되면 삼성카드는 금융지주 자회사로서 각종 출자 제한을 받게 돼 미리 출자 지분을 처분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삼성카드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삼성증권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정밀화학 등의 주식은 한 주도 남지 않게 된다. 삼성화재 지분은 0.63%로 줄어든다.

지배구조 변화는 삼성그룹이 복잡한 지분 구조를 단순하게 정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은 순환출자로 복잡하게 얽힌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계열사 전체적으로 지분구조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세금혜택을 받으면서 계열사 주식을 정리하는 타이밍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이번 계열사 주식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확대해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용준/이태훈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