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동네북' 된 국회의원들
요즘 여의도 국회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준규 검찰총장이다. 얼굴만 보면 서로 으르렁거리는 여야 의원들도 이 두 사람 얘기만 나오면 한 목소리를 낸다.

오 시장은 16대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2004년 법인과 단체로부터 후원금 수령을 금지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게 '원죄'다. 기업들로부터 뭉터기 불법정치자금 유입을 막고 소액 후원금을 활성화하자는 의도는 좋았으나'너무 현실성 없게' 법을 만들어 동료의원 11명이 불법 정치자금 수령 혐의로 압수수색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는 비난이다.

김 총장에 대해서는 여과없는 막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율사출신 의원은 김 총장의 경력을 들먹이며 "현장 수사 경험이 일천한 사람이 말도 안되는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며 목청을 높였다.

정치권 주장대로 이 두 사람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후원금 입법로비와 관련한 검찰의 과잉수사가 나오게 된 원인의 전부일까.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내년 초 검찰인사를 앞두고 각 지검장들이 경쟁적으로 실적쌓기에 나섰다는 '검찰인사 원인설'과,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당을 흠집내기 위한 청와대의 작품이라는 주장도 나돈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권 수뇌부 인사가 '라이벌을 손보기 위해'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회자된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냉랭하다. 한마디로 '검찰 탓 말고 당신들이나 잘하세요'라는 질책이다. 네티즌 김종인씨(inhae36)는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법을 만들어놓고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에 아전인수격으로 법을 운용하라는 그 태도는 무엇인가. 정치인들은 양심도 없는가"라고 힐난했다. 청와대 자체 조사결과에서도 '검찰이 압수수색을 잘했다'는 의견이 70% 이상이었다고 한다. 오 시장이나 김 총장보다 국회의원 본인들이 더 욕을 먹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여론에 밀려 지난 9일 여야는 허겁지겁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갈 길은 멀다. 지금이라도 내년 예산안 처리와 한 · 미,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 등의 현안 처리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박수진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