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은 수입약이 판치던 국내 제약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원료의약품 국산화,제재기술의 자체 개발 및 외국 기업과의 기술제휴 등을 통해 제약산업의 현대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 체질에 맞는 대체 의약품을 꾸준히 개발해온 것은 보령제약의 독특한 전략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소화기용제,순환기용제,호흡기용제,피부질환제,항생 · 항진균제,항암제 및 백신에서부터 특수 영양 보조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었다. 최근에는 고혈압 치료제 '시나롱',혈전치료제 '아스트릭스',항생제 '맥시크란'과 '메이액트' 등 우수한 약효의 전문의약품들을 보강하며 전문의약품 시장에서도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에 반해 '용각산''겔포스' 등의 명성을 이어갈 마땅한 차세대 일반의약품(OTC) 브랜드가 없다는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령제약의 일반의약품 비중은 전체 매출액 대비 14.6%로 취약한 편이다. 일반의약품은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회사 측이 용각산쿨,오므론 등 OTC 약품에 대해 최근 판촉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매출구조를 다양화하기 위해선 OTC 약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 제품 포트폴리오와 영업조직이 항암제 심혈관계질환 약품에 편중돼 있는 것도 개선사항으로 꼽힌다. 고혈압 신약 '카나브' 등에 집중할 수 있는 게 장점은 되지만 안정적인 고성장을 위해선 영업력을 다각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매출액 대비 5~6% 수준인 연구 · 개발(R&D) 투자여력도 상위 제약사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평가다. 상위 제약사들이 R&D 투자비를 공격적으로 늘려가는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보령제약은 향후 15~20% 수준까지 매출액 대비 R&D 비용을 높여간다는 전략이지만,신약 '카나브'의 성공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다양한 R&D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카나브' 이후 뚜렷하게 주목받는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보령제약의 고민거리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