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나는 즉시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대한 검사를 다시 벌이기로 했다.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입을 막고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일련의 조치 중 하나다.

금융당국은 1차 외환 검사 때 일부 외은지점이 법을 위반한 혐의를 잡고 고강도 제재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은과 금감원은 15일부터 23일까지 주요 외국환은행에 대해 추가 외환 공동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5일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1차로 외환 공동검사를 벌인 바 있다.

금융당국은 외환시장에서의 일부 쏠림현상,다양한 유형의 거래 형태 등에 대해 더 확인할 필요가 생겨 추가 검사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거래를 포함한 선물환 거래 내역 등을 감안해 추가 검사대상 은행을 선정할 계획이다.

금융계는 추가 외환 검사를 외국자본 유입 억제책을 시행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외국자본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유입되면서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4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외국인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금리와 환율 등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이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금융계는 이번 외환 검사를 전후해 정부가 외국인 채권투자 때 세금을 면제해 주는 조치를 환원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외국인 채권 투자 때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은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외화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외국자본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지만,제도 도입이 늦어져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됐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상황이 바뀐 만큼 제도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면세 혜택 폐지를 기정사실화했다.

금융당국은 1차 외환 검사 때 일부 외은지점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을 파악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은행이 국내 지점과 해외 본점 간 거래 때 자본시장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가 있었다"며 "영업 일부정지까지 내릴 수 있는 중대한 위반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NDF시장에서 일부 참여 은행들이 법규 위반이라고 볼 수 있는 거래를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1차 외환 검사는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싱가포르개발은행(DBS)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의 국내지점과 외환은행 신한은행 등이었다.

금융당국은 2차 조사 대상으로 당초 HSBC와 씨티은행을 잡았으나 추가로 확인할 사항이 발생,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연중 최저점(1102원60전) 근처까지 하락했으나 추가 외환검사 소식으로 하락폭이 줄어 전날보다 20전 내린 1107원30전에 마감됐다.

박준동/안대규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