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1주일 앞둔 4일 프랑스를 방문했다. 에어버스 여객기 100대(80억달러)를 사기로 하는 등 만만찮은 선물보따리를 갖고 간 것으로 전해진다. G20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환율 등으로 중국이 공격받고 고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후원을 요청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환율전쟁에서 제재 · 보복법과 같은 강제적 수단이 아니라 시스템적인 안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영토 문제는 직접 관여할 의사가 없고 환율 문제 등도 국제적으로 미묘한 상황이지만 프랑스로서도 중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물보따리의 뜻은 'SOS'

중국은 이번 G20 회의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될 상황이다. 중국을 정점으로 한 글로벌 이슈는 위안화 환율,영토 분쟁,희토류 수출제한 등 한둘이 아니다. 하나같이 메가톤급 위력을 지닌 것들이어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사안에 따라 연합한 뒤 중국에 합동공세를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고립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중국이 EU에서 영향력이 큰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손을 내민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국이 먼저 펼칠 선물보따리에는 △프랑스가 중국의 광둥핵발전그룹(CGNPC)에 향후 10년간 약 30억달러 규모 2만t의 우라늄 핵연료를 공급하는 계약 체결 △CGNPC의 차세대 핵원자로 2기 건설 계약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와 핵 재처리시설 건설 협상 재개 △에어버스 100대 구매 등이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프랑스는 G20 회의에서 위안화 환율 등에 관해 점진적 절상이란 중국의 입장을 두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르코지와 중국의 롤러코스터 인연

사르코지와 중국의 관계는 롤러코스터와 같다. 2007년 12월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부터 방문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한마디 말로 비즈니스 대통령이란 칭송을 들으며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대만은 중국의 땅"이라고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양안 관계가 지금처럼 따스하지 않았던 당시 그는 이 한마디로 중국이 비행기 200여대 등 267억달러어치 구매계약서를 작성토록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다음 해 EU 의장국으로서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달라이 라마를 만난 뒤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를 만난 데 이어 티베트 인권 문제를 들어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참석 보이콧을 주장,중국을 발칵 뒤집어놨다. 이후 중국은 항공기 구매 중단,프랑스 관광 중단 및 상품 불매운동으로 맞섰다. 중국의 막강한 경제력에 눌린 프랑스는 "티베트의 독립을 바라지 않는다"며 백기를 들었고 사르코지는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역대 어느 올림픽보다 아름다운 개막식"이라는 찬사를 늘어놔야 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