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석(49) C&그룹 회장이 사업 확장기의 금융권 대출과 쇠락기의 구명운동을 위해 다양한 외부인사를 동원, 정ㆍ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임 회장의 개인비리를 파헤치는데 집중하면서도, 물밑에서는 별도의 수사팀을 꾸려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로비 의혹의 전모가 실체를 드러낼지 관심이 쏠린다.

C&그룹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최근 그룹의 한 전.현직 임원을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한때 `실세 중의 실세'로 불렸던 김모(60)씨에 관한 진술을 확보하고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C&그룹이 공격적인 기업 인수ㆍ합병으로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한 2001년 영입돼 2008년까지 비상근 고문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임 회장은 사업 초기부터 호형호제하며 특별한 친분을 쌓은 김씨를 '삼고초려' 끝에 어렵게 영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안팎에서는 김씨가 정ㆍ관계는 물론 재계에서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는 부산의 명문 K고의 재경동창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을 임 회장이 눈여겨봤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대대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 임 회장에게 금융계나 정ㆍ관계 로비를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마당발'이 필요했을텐데,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김씨를 끌어들여 모종의 역할을 부여했을 것이라는 게 그룹 전ㆍ현직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호남 출신으로 영남 인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인맥 창구' 역할을 김씨에게 기대했다는 얘기다.

김씨에게는 매달 대외활동비 명목의 급여와 함께 400만원 한도의 법인카드가 지급됐으며, 재직 기간 그룹 내에 그의 존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을 정도로 물밑에서 `특수임무'에 치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룹의 한 임원은 "김씨가 임 회장의 부탁을 받고 정ㆍ관계 여러 인사를 두루 접촉한다는 소문이 그룹 내에 파다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사실 여부는 임 회장과 그룹의 핵심 임원들만 아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김씨 외에도 2006년 그룹 내 패션ㆍ레저계열 총괄 부회장직에 영입된 임모(66)씨와 금융권 이사 출신 정모(47)씨 등도 C&그룹의 '로비 창구'로 지목돼 수사망에 올라있다.

검찰은 임 회장이 심각한 자금난에 처한 2008년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찾아가 '구명로비'를 시도했다가 무산됐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정ㆍ관계 및 재계에 대한 로비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수개월 전 C&그룹의 내사 과정에서 이미 이러한 '로비스트'의 면면을 확인한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임 회장의 개인비리를 파고들 중수2과와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쫓는 중수1과로 수사체제를 이원화해 운영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C&그룹 수사가 거액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 기업을 인수해 단물을 빼먹은 '파렴치 기업인'에 단죄를 가하는 데 있음을 강조해 온 검찰의 또 다른 과녁이 어디에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향후 내놓을 수사 성과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나확진 임수정 기자 cielo78@yna.co.krrao@yna.co.kr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