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의료의 '파괴적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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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4월 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보건의료총회(WHC)에 다녀왔다. 매년 봄에 열리는 이 모임은 백악관의 주요 보건의료정책 결정자들을 비롯해 미국 유수의 병원 경영자와 보험회사 및 의료산업 관계자 1000여명이 모이는 제법 큰 규모의 행사다. 3월21일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법안이 하원을 통과해 인준이 막 끝난 시점이라 행사 분위기는 자못 뜨거웠다. 특히 둘째 날 기조연설에서는 이번 의료보험 개혁의 선봉장으로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던 시벨리우스 보건장관이 향후 미국 의료의 개혁 청사진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청중의 관심이 가장 쏠리면서 사실상 전체 모임의 분위기를 주도했던 이슈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의 '파괴적 의료 혁신'이었다. 그가 쓴 《파괴적 의료 혁신》이란 제목의 책이 작년에 출간돼 미국 보건의료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아마존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팔리고 있다. 경영학에서 벌써 고전이 돼 가는 '파괴적 혁신'의 패러다임을 보건의료 시스템에 적용한 이 논의는 매우 도전적이고 현실적으로 의미심장한 쟁점을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늘어나는 의료비를 줄이고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 의료 공급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당위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 어떻게 바뀔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예언적인 통찰에 대한 담론이다. 그 핵심은 지금과 같은 고급 지향의 고비용 의료는 해체될 것이며,집중되고 전문화된 병원들이 일부 남기는 하겠지만 더욱 단순하고 예방의학적인 의료 서비스는 의사의 손을 떠나 환자의 가정으로,환자 옆으로 옮겨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들의 역할 모델이 달라지고 의료공급의 모델도 변하게 된다. 이는 IT기술의 발달에 따른 것으로,e헬스 또는 u헬스가 파괴적 의료혁신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파괴적 의료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얼마나 현실로 다가올지,실제로 의사들의 역할이 중요한 의료적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자로서만 기능하고 단순 진료영역이나 만성질환 관리의 역할은 다른 직종에게 넘기게 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지금처럼 계속 존속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비용과 환자의 만족도,IT기술은 미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결정짓는 독립된 세 가지 요소다.
한국의 의료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당분간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는 금물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향후 5년 안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10%를 바라보는 의료비 상승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파괴적 혁신이 가장 필요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보건의료다.
이왕준 <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lovehospital@korea.com >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청중의 관심이 가장 쏠리면서 사실상 전체 모임의 분위기를 주도했던 이슈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의 '파괴적 의료 혁신'이었다. 그가 쓴 《파괴적 의료 혁신》이란 제목의 책이 작년에 출간돼 미국 보건의료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아마존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팔리고 있다. 경영학에서 벌써 고전이 돼 가는 '파괴적 혁신'의 패러다임을 보건의료 시스템에 적용한 이 논의는 매우 도전적이고 현실적으로 의미심장한 쟁점을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늘어나는 의료비를 줄이고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 의료 공급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당위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 어떻게 바뀔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예언적인 통찰에 대한 담론이다. 그 핵심은 지금과 같은 고급 지향의 고비용 의료는 해체될 것이며,집중되고 전문화된 병원들이 일부 남기는 하겠지만 더욱 단순하고 예방의학적인 의료 서비스는 의사의 손을 떠나 환자의 가정으로,환자 옆으로 옮겨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들의 역할 모델이 달라지고 의료공급의 모델도 변하게 된다. 이는 IT기술의 발달에 따른 것으로,e헬스 또는 u헬스가 파괴적 의료혁신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파괴적 의료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얼마나 현실로 다가올지,실제로 의사들의 역할이 중요한 의료적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자로서만 기능하고 단순 진료영역이나 만성질환 관리의 역할은 다른 직종에게 넘기게 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지금처럼 계속 존속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비용과 환자의 만족도,IT기술은 미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결정짓는 독립된 세 가지 요소다.
한국의 의료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당분간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는 금물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향후 5년 안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10%를 바라보는 의료비 상승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파괴적 혁신이 가장 필요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보건의료다.
이왕준 <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lovehospital@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