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예술의전당서 서울바로크합주단 지휘

"바이올린이 좋아 바이올리니스트가 됐지만 최근 3년 동안은 브람스와 차이콥스키, 쇼스타코비치 등이 작곡한 대작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해 지휘에 집중해왔습니다. 이제는 지휘뿐 아니라 바이올린 연주까지 두 가지 일을 병행할 준비가 됐습니다."

막심 벤게로프(Maxim Vengerovㆍ36)는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과 함께 '러시아 신동 3총사'로 불리던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 어깨와 팔 상태가 좋지 않아 2008년부터 활을 드는 대신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모스크바 필하모닉을 객원 지휘하는 등 주로 지휘봉을 들었다.

그러나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바로크챔버홀에서 만난 벤게로프는 "어깨와 팔 상태는 완벽하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며 지휘뿐 아니라 앞으로는 바이올린 연주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눈여겨보는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를 묻는 말에 "나도 36살밖에 안 됐기 때문에 젊은 연주자다. 이제 다시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했으니 나 자신을 촉망받는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 꼽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 정도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서울바로크합주단을 지휘하는 4일 내한 연주회에서 그는 베토벤의 '로망스'도 깜짝 연주할 예정이다.

"높은 빌딩을 세우려면 땅을 깊이 다지는 작업이 필요한 것처럼 지난 3년 동안 지휘에 집중하면서 음악에 대한 저만의 언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제 멘토인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도 지휘를 병행하면서 다른 연주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 바 있죠."

지휘자로서는 이번이 첫 내한이지만 바이올린 연주를 위해 4∼5차례 방문한 적이 있어 한국이 익숙한 나라가 됐다는 벤게로프는 한국 관객과 바이올린 연주자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청중은 감정이 풍부하고 공연을 열정적으로 감상합니다. 첫 리사이틀 당시 관객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었는데 제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에 몹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자신이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했던 비에냐프스키 콩쿠르에서 내년도 심사위원을 맡았다는 그는 "어제 한국인 연주자 8명을 대상으로 예비 심사를 봤는데 그 실력이 대단했다. 바이올린 연주의 중심이 파가니니의 이탈리아에서 유럽과 러시아를 거쳐 최근 한국으로 옮아간 듯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올린 연주자로, 지휘자로,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그에게 미래 계획을 물어봤다.

"어쩌면 제가 비발디나 파가니니처럼 작곡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웃음) 앞으로 음악을 통한 사회 공헌 활동도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공연은 4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문의는 ☎02-592-5728.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