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와 무역 불균형 문제가 서울에서 단번에 해결되는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 "균형 잡힌 경제 성장을 위해 다른 나라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미국과 중국이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1일(현지시간) 잇달아 쏟아낸 발언들이다. 환율전쟁 해법으로 경상수지 관리제 가이드라인을 중재해야 하는 의장국 한국으로선 부담이 줄어드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다만 2일 중국의 셰쉬런 재정부장이 이번 주 일본 교토에서 열리는 아시아 ·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담에 불참키로 한 것은 미 · 중 간 갈등이 단지 잠복상태일 뿐이라는 해석도 나오게 한다.

◆주목되는 백악관 발언

백악관은 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G20 서울 정상회의 참석을 포함한 아시아 순방에 대해 브리핑을 가졌다. 프로먼 부보좌관은 "서울 정상회의에서 위안화와 무역 불균형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미국이 "1985년의 플라자합의와 같은 통화협정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시장에 환기시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라엘 브레이나드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도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이 불균형을 줄이고 환율이 그런 조정을 촉진시킨다는 기본 전제에 대한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경상수지 목표관리 수치와 관련,"경주에서 재무장관들이 마련한 틀에 살을 붙이고,서울 (정상회의) 이후 보다 명확해질 가이드라인이 경상수지 관리가 지속 가능하게끔 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레이나드 차관은 그러면서도 지난 9월 이후 위안화의 절상 속도(약 3%)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그런 속도로 계속 진행된다면 위안화의 저평가에 구체적인 변화를 줄 수 있게 된다"고 언급했다. WSJ는 미국이 앞으로 2년에 걸쳐 위안화가 20% 절상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율 개혁하겠다는 후진타오

후 주석은 이런 미국의 발언에 화답하듯 균형 잡힌 경제 성장과 환율문제 해소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그는 "위안화의 유연성을 높일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수요와 공급 법칙이 더 잘 작동하고 위안화가 공정하고 균형 잡힌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환율체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요와 공급 법칙을 언급한 부분은 G20 재무장관들이 경주회의에서 이룬 "시장 결정적인 환율시스템으로 이행한다"는 합의와 맥락이 일치한다. 후 주석은 또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무엇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경제정책 협력,국제금융시스템 개혁,시장규제 강화,글로벌 불균형과 보호무역 대응 등에서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국들이 각자의 발전 방식을 바꾸고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공정하고 균형 잡힌 무역을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과도하게 수출 의존적인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내수를 성장시키라고 중국에 촉구해 왔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