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서면서 정부의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월부터 8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2%대를 유지하던 물가 상승률이 9월 3.6%,10월 4.1%로 급등했다. 이대로라면 연간 물가 상승률도 정부 목표치인 2.9%를 넘어설 전망이다.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 범위(2~4%)를 벗어나면서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낙관적인 정부 전망

정부의 물가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달부터 물가 상승률이 3%대 초반으로 안정될 것으로 1일 내다봤다. 배추 무 등 물가 상승을 주도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도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정부는 10월 하순부터 농산물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배추의 10월 평균 가격은 포기당 7265원으로 9월 평균(6248원)보다 16.3% 높았지만 조사 시점별로 보면 10월5일 1만425원에서 13일 7600원,22일 3770원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전망대로 물가가 안정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정부가 하락세를 점치고 있는 배추 가격이 지난달 말 반등했다. 지난달 24일 포기당 3496원까지 떨어졌던 배추 가격은 28일 3698원으로 올랐다. 기습 한파의 영향으로 산지 출하 물량이 감소한 탓이다.

정부의 물가 전망이 매달 빗나가고 있는 점도 불신을 낳고 있다. 9월과 10월 정부의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각각 2.9%와 3%대 초반이었지만 실제 물가 상승률은 9월 3.6%,10월 4.1%였다. 집중호우와 기습 한파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 데다 이런 일들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정을 유지했던 공업제품 가격도 10월에는 3.0% 상승해 6월(3.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강호인 재정부 차관보는 "마늘 고추 등 가격이 급등한 품목은 수입 물량을 늘리겠다"며 "김장용 배추는 가격이 오를 경우와 급락할 경우로 나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론 확산

물가 상승폭이 커지면서 이달 기준금리 인상 관측이 늘고 있다. 10월 물가 상승률 4.1%는 한은이 중기 물가안정 목표로 제시한 3.0%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물가안정 목표 범위인 '3±1%'의 상단(4%)마저 넘어섰다.

신운 한은 물가분석팀장은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면 물가 상승률도 낮아지겠지만 3%대 초중반의 상승률은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농산물을 제외하더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치인 3%를 웃돌 것이기 때문에 현재 연 2.25%인 기준금리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씨티 BNP파리바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11월 중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견조한 반면 물가 상승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특히 지난달 경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환율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히 해소됐다는 점도 이달 금리 인상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한은 안팎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의 열쇠는 김중수 총재가 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금통위에선 강명헌 임승태 위원이 동결,최도성 김대식 위원이 인상을 주장한 가운데 이주열 부총재가 동결에 표를 던졌다. 김 총재는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부총재가 총재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김 총재가 동결을 선택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도 금통위원들의 구도는 비슷해 결국 총재의 결정이 금리 인상이냐 동결이냐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승호/박준동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