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1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환율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등 서울에서 논의키로 한 주요 의제에 대해 어떤 성과가 도출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경주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와 마찬가지로 서울 회의에서도 관심은 환율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핵심은 '경상수지 관리제'다. 환율전쟁을 잠재울 수 있는 대원칙으로 제시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상수지를 어떤 식으로 관리해 나갈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서울 회의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서울로 쏠리는 이유다.

◆경상수지 관리제로 불균형 해소

경주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는 '환율 회의'로 불릴 만큼 위안화 절상 등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이에 따라 나온 묘안이 '경상수지 관리제'다. 무역 불균형 해소는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을 슬로건으로 내건 G20 회원국의 공통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과도한 흑자국은 단계적으로 경상수지를 일정 범위 내로 줄여야 한다. 경상수지를 줄이려면 저평가된 통화가치를 적정 수준으로 높여야 하고 결과적으로 환율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경상수지 관리제'의 취지였다.

한국은 경주 회의가 열리기 전 미국에 이 방안을 제안했고,미국은 이를 좀 더 구체화시켜 경상수지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4% 이내로 제한하자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구체적 수치를 적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반발이 커 '지속 가능한 경상수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정책 수준을 추구한다'는 포괄적 합의만 코뮈니케(공동성명서)에 담았다. G20은 경상수지 관리가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예시적인 가이드라인(indicative guidelines)'을 별도로 만들기로 했다.

◆핵심 쟁점은 가이드라인

경주 회의에서는 가이드라인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단서조항도 달지 않았다. 회원국들 간에 추가 논의한 뒤 정한다는 원칙만 제시했다. 현재 논의 동향을 종합해보면 가이드라인은 결국 '경상수지에 대한 어떤 기준'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경주 회의에서는 구체적 수치를 적시하지 않기로 했지만 G20을 주도하는 미국은 여전히 '경상수지 4%'를 밀어붙이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환율이 자본수지로부터 영향을 받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자본수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별도로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개별 국가 저축률이나 실질실효환율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원보유국 등 국가별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규모 자원 생산국은 구조적으로 수출이 많은데,가이드라인에 걸려 자원 수출을 줄이게 되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G20이 국가적 · 환경적 환경을 고려해 국가별 가이드라인을 설정키로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효성 확보가 관건

G20 준비위 고위 관계자는 "서울 정상회의에서 가이드라인이 결론날 확률은 50 대 50"이라고 말했다. 의장국인 우리나라가 중재하기에 따라 결론이 나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선 경주 회의에서 보듯 적정 경상수지를 수치로 표현하려는 시도는 일본과 독일 등 무역흑자국의 강한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우리가 구체적 수치 목표 합의에 도달할 것인지 여부를 말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이 합의되더라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예컨대 미국이 밀어붙이는 '경상수지 4%'로 정해질 경우 여기에 걸려 경상수지를 대폭 줄이기 위해 환율까지 조정해야 하는 나라는 독일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에 그친다. 하지만 독일은 유로권이기 때문에 개별 환율을 조정할 수 없고,사우디는 자원보유국이어서 예외조항을 둘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올해 경상수지가 GDP 대비 4.7%지만 내수시장을 확대해 4% 이내로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어길 때 제재할 수단도 마땅히 없다. 각국이 상호평가하기로 했지만 이행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모니터링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