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1982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매년 이 맘때 즈음이면 라디오에서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노래다. 아마도 이번 주말에도 몇 번은 들을 노래다.

동방신기를 비롯해 서영은, 김범수,화요비 등 노래 좀 한다는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할 정도로 신세대들에게도 익숙한 노래다. 제목은 '잊혀졌다'라는 말만큼 쓸쓸한 느낌이지만 노래만은 '잊혀지지 않는' 명곡이 된 셈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 잊혀지고 있는 계절이 있다. 바로 '어닝 시즌'이다.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실적이 발표된 기업들은 적지만 상당수 있다. 그럼에도 투심은 움츠러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의 중간선거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

29일 국내 증시는 사흘 연속 하락하고 있다. 언제 2000선을 내다봣냐는 듯이 하락폭이 두드러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1885까지 밀리는 등 20포인트 넘게 미끄럼을 타고 있다.

오전 11시20분 현재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700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보이고 있고, 선물시장에서는 5000계약이 넘는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수선물도 하락하고 있고 프로그램 매물도 3662억원에 달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투심이 이처럼 얼어붙으면서 투자에 고민을 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증권사 투자전략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당분간 관망하라'는 조언을 남겼다.

그렇다고 '어닝 시즌' 마저 잊어서는 안된다. 실적이 담보된 종목들의 주가는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같은 매수를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9거래일째 상승하고 있다. 이날도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2% 넘게 주가가 오르고 있다. 외국계를 통한 순매수가 25만주를 넘었고, 씨티그룹을 통한 매수주문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기아차가 신차 판매물량이 급증한데 힘입어 3분기까지 누계 순이익이 1조6229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91.7% 급증했다고 밝혔다. 3분기까지(1~9월) ▲판매 99만976대 ▲매출액 16조3223억원 ▲영업이익 1조1545억원 ▲당기순이익 1조6229억원을 각각 달성(국내공장 기준)했다고 전했다.

기아차의 이러한 질주에 어닝쇼크로 급락했던 만도도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장초반 하락했던 현대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부품주들도 최근의 내림세를 만회하려는 움직임이다.

전문가들도 실적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종목들을 추천하고 나섰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들의 실적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을 것"이라며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을 보유한 종목으로 기아차와 효성을 꼽았다.

또한 수출주 보다는 내수소비주에 관심을 기울이라며 CJ CGV, 엔씨소프트를 유망주로 선정했다. 디아이씨, 에스에프에이 등과 같은 중소형 종목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전했다.

정규봉 신영증권 연구원도 "원화강세는 내수주의 원가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며 크라운 제과와 지역난방공사를 추천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