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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기대되는 고려불화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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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불화 한 점만 봐도 불보살이 된다는데 60여점을 한꺼번에 보면 성불(成佛)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 G20 기념 고려불화대전을 준비한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의 말이다.

    고려 불화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예술품으로 당시 동아시아에서 독보적인 미의 세계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남아 있는 고려 불화는 160여점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10여점이 있음을 감안했을 때 61점이나 되는 고려 불화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일본 센소지(淺草寺) 소장 '수월관음도',네즈(根津) 미술관 소장 '지장보살도',오타카지(大高寺) 소장 '관경16관변상도' 등은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수월관음도'는 일본 현지에서도 공개하지 않아 일본 학자들조차 보지 못한 작품으로 고려 불화의 백미다. 처음엔 특별전 출품을 거부했지만 수월관음도를 본 순간 몸을 엎드려 삼배를 올리는 최 관장을 보고 감복을 받아 700년 만에 귀향할 수 있었다. 은은한 녹색의 물방울 모양 광배 안에 서 있는 관음보살을 실제로 보고 있자니 실로 신공(神功)에 가까운 찬란함에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또다시 재회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잘 알다시피 고려 불화는 국내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당시 외부 침략으로 불에 타고,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많은 불화가 일본으로 건너갔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작품은 국가 이념과 철학,그리고 문화정책에 의해 생사를 달리한다.

    2010년 대한민국의 문화정책은 어떠한가? 700년 후에 후대들이 국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빌려오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 수준에 맞는 문화강국으로서의 정책을 마련하고 문화 · 예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문화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일례로 국외 유출 문화재에 있어 현지에 숨은 우리 유물들을 발굴,조사하는 전문가들을 정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 유출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반출된 작품을 빌려서라도 전시회를 자주 열어 그 우수성과 귀중함을 알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G20 정상들의 만찬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어 한국의 우수 문화를 접하게 하고,고려불화대전과 같은 기념비적인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문화는 국가의 브랜드 파워다.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만들자.

    나경원 < 한나라당 국회의원 nakw@assembly.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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