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대안 제시한 책 2권 출간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30년간 세계 경제를 지배해왔던 신자유주의를 반성하고 세계 경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신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 펴냄)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화를 여지없이 깨뜨린다.

대표적인 반(反)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저자는 자유시장 정책이 2008년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었을 뿐 아니라 금융위기 전부터 대부분의 나라에서 성장이 둔화되고 불평등과 불안정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고 단언하는 저자는 지금까지 주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그렇다고 주장해온 경제적 상식을 뒤엎는다.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등 '그들(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내용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자유시장경제에 칼을 들이댄다
저자는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처럼 이번에도 다양하고 재밌는 사례를 통해 명쾌하게 논리를 풀어나간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편에서는 세탁기가 인터넷보다 왜 중요한지 통계와 자료를 통해 증명한다.

세탁기의 보급으로 여성의 가사 노동 부담이 크게 줄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고, 여성의 경제적 능력이 향상되면서 남녀평등 사상이 촉진되고 남아 선호 사상이 약해지는 등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
반면 인터넷은 여가를 보내는 방식은 크게 바꿔 놓았는지는 몰라도 세탁기만큼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지는 못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금융위기로 만신창이가 된 세계 경제를 재건하려면 우선 자유시장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에서 벗어나 지금보다 규제가 강화된 경제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제조업 장려, 금융부문과 실물부문 간 균형 맞추기, 정부 역할 강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8월 영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으며 일간 가디언이 영국 정치인들에게 일독을 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희정·안세민 옮김. 368쪽. 1만4천800원.

신간 '스티글리츠 보고서'(동녘 펴냄)는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과 여파를 분석하고 세계 경제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는 2008년 금융위기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총회 전문가 위원회.
위원회 의장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를 비롯해 각국의 전문가 20여 명은 이번 금융위기가 느슨한 통화정책, 부적절한 탈규제정책, 안이한 감독 체제 등 총체적인 정책 실패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며, 위기의 근저에는 지난 30년간 세계를 풍미했던 자유주의 경제 철학이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위원회는 특히 선진국의 잘못된 경제 운영으로 야기된 이번 위기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개발도상국이라면서 개발도상국에 보상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겪는 불평등 속의 성장, 빈곤의 영속화 등의 문제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된 G20 공조 체제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G7(선진 7개국)에서 개발도상국들이 포함된 G20으로 확대된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 국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위원회는 G20의 대안으로 유엔을 제시한다.

전 세계 모든 나라를 한자리에 모이게 할 수 있으면서 정당성을 갖춘 국제기구는 유엔뿐이라는 것이다.

박형준 옮김. 356쪽. 1만6천원.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