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임병석 C&그룹 회장(49 · 구속)이 주력 계열사인 C&중공업의 해외법인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진술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C&그룹의 사기대출 등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에 따르면 검찰은 임 회장의 해외법인을 통한 비자금 조성 및 은닉혐의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C&그룹 계열사 공시자료에도 C&중공업과 해외 법인 간의 금융거래 관행을 벗어난 돈 흐름이 일부 포착됐다.

C&그룹은 중국 미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등지에서 20여개의 해외법인을 운영해왔으며 이 중 대부분이 2008년 현재 청산됐다. 검찰은 최근까지 기업 활동을 해온 6개 법인을 주목하고있다.

◆중국 법인이 수상하다

검찰은 C&중공업 계열 6개 해외법인이 비자금 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두 갈래로 해외법인을 조사 중이다. 첫 번째는 C&중공업이 중국 현지에 세운 3개 컨테이너 제조회사다. 광저우 진도,다롄 진도,상하이 진도가 해당 회사다. 이들 회사는 C&그룹에 인수되기 전 진도가 1990년대 초 · 중반 중국 해운업체와 합작 설립한 컨테이너 공장으로,2004년 C&그룹(당시 세븐마운틴그룹)이 진도를 인수한 후 C&중공업 산하의 현지법인으로 운영돼왔다. 임 회장은 이들 해외법인에 수시로 연락을 취했고 막판까지 지급보증을 통해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창구는 C&중공업 계열 해상운송회사 C&라인(옛 동남아해운)과 이 회사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등지의 법인이다.

◆해외법인 고의 적자 의심

중수부는 C&그룹의 재무담당 핵심 임원 을 조사한 결과,임 회장이 중국 현지법인 소유 계좌를 통해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C&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말 그룹 고위 임원들 사이에서 C&중공업의 해외법인에 거액의 비자금이 숨겨졌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C&중공업의 중국 법인이 올린 수익을 장부에서 고의로 누락하거나 국내 금융권에서 조달한 자금을 중국 법인으로 넘겼을 가능성도 캐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3개 중국 법인이 2008년 각각 5억1000만~12억8000만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외법인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통제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이익을 축소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

대검찰청 관계자는 "(비자금 부분의) 수사를 진행하다 필요한 경우에는 중국법인 재무담당 임원 등 관계자들을 소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이 C&라인에 대여금 형태로 지원한 400억원대의 자금이 C&라인의 해외법인에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해외 비자금 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국부 유출 차원에서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막판까지 채무보증

C&중공업이 2009년 4월 상장폐지되기 직전까지 중국 현지법인의 채무보증을 선 이유에 대해서도 의혹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C&중공업은 같은 해 3월 말 상하이 진도의 채무액 약 21억원에 대해 채무보증했다. 이 시기는 그룹이 2008년 11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가 다음 해 3월 해외 매각이 무산되는 바람에 같은 달 17일 워크아웃이 중단된 직후였다.

채무상환유예가 사실상 끝난 시점에 C&중공업이 해외법인의 채무보증을 선 것에 대해 금융계 관계자는 "본사(C&중공업)의 재정상태가 악화된 시점에 추가로 채무보증을 서는 건 극히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