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 행진을 이어가는 반면,채권시장은 약세(채권가격 하락,금리 상승)로 돌아서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경주 회의 등을 계기로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동반 강세를 보이던 주식과 채권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디커플링은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부추겨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을 가능케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엇갈리는 주가 vs 채권값

코스피지수는 26일 3.70포인트(0.19%) 오른 1919.41로 마감,하루 만에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관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지만 외국인이 446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오름세를 이끌었다. 외국인이 최근 사흘간 순매수한 주식은 1조5051억원에 달한다.

반면 채권시장은 약세를 이어갔다. 이날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의 대량 매입 영향으로 막판 하락해 4bp(1bp=0.01%포인트) 떨어진 연 3.25%에 마감됐지만 5년만기 국고채는 연 3.81%로 1bp 상승했다. 10년물 금리도 연 4.33%로 3bp 상승했고,20년물은 4bp 오른 연 4.57%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고채 가격을 지수화한 KEBI 종합국고채지수는 109.9071로 0.1258포인트 떨어졌다. 지난달 28일(109.8967)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신동준 동부증권 채권팀장은 "주식과 채권이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디커플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상 주가가 오를 때 채권 값은 하락하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유동성 유입 규모가 워낙 커 채권시장도 함께 활황을 누렸다. 하지만 채권시장 버블(거품) 논란에 외국인 채권 과세 문제와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채권가격 상승(금리 하락)에 제동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5일 연 3.05%를 저점으로 반등세가 뚜렷하다. KEBI 종합국고채지수는 같은 기간 1.6653포인트 급락했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는 지속되겠지만 채권시장이 이미 변곡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앞으로 금리는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자금 증시로 '턴'

채권시장의 약세 전환은 본격적인 증시 상승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침체로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시중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경험상 채권금리가 바닥을 치고 완만한 오름세를 보일 때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 유입이 본격화됐다"며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이어서 향후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금리가 반등한 지난주부터 국내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의 자금 흐름에도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환매 몸살을 앓던 주식형 펀드에는 19일 249억원을 시작으로 나흘간 모두 1804억원이 순유입됐다. 주식 편입비중이 50% 이상인 혼합형을 더할 경우 지난주(18~22일) 주식형펀드 순유입액은 2122억원에 달한다. 8월 마지막주(23~27일) 이후 8주 만의 순유입이다.

같은 기간 채권형펀드(혼합형 포함)에선 611억원이 빠져나갔다. 한 주 전 2860억원이 들어온 것과는 딴판이다. 순수 채권형펀드로는 자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하루 유입액은 지난달 207억원에서 이달 136억원으로 급감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증시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넘치는 시중 유동성이 국내 주식형펀드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주식 매입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관 자금이 가세할 경우 코스피지수의 상승 탄력은 커질 수 있다. 신 팀장은 "리스크 대비 수익 가능성에 비춰볼 때 지금은 채권보다 주식의 매력이 더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강지연/박민제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