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시작해 연매출 700억원 규모의 기업을 일궈낸 한 중소기업인이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만든다.

화제의 주인공은 플라스틱 파이프 제조업체 ㈜사이몬의 이국노 회장(63 · 사진).사이몬은 이 회장이 보유 주식과 현금 30억원,부동산 등 사재 100억원을 기부,가칭 '재단법인 한국예도문화장학체육재단'을 세우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회장은 다음 달 중 정부에 재단 설립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 인가를 받아 올 연말께 장학재단이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계에서 손꼽히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충북 청주기계공고와 한양대 공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3년 서울 왕십리에서 단돈 3만원을 들고 사이몬의 모태가 된 지주산업을 창업했다. 초창기엔 직원이 세 명뿐인 자그마한 회사였지만 이 회장은 37년간 플라스틱 파이프라는 '한우물'을 판 끝에 파이프 제조업체인 사이몬과 ㈜지주,파이프 원재료를 만드는 ㈜유화수지 등 4개사로 키워냈다. 현재 사이몬과 3개 관계사의 연매출 합계는 700억원.국내 플라스틱 파이프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는 규모다.

그는 1993년부터 9년간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냈고 2002년에는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 업무를 총괄하는 사단법인 한국플라스틱자원순환협회 초대 회장도 거쳤다.

회사 매출을 감안하면 100억원의 사재 출연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 회장은 "어려운 환경과 사회적 관심 부족으로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며 "내가 돈에 관한 한 대한민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의 '짠돌이'지만 이제 국가와 사회를 위해 보람되게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설립할 예정인 장학재단은 여러가지 면에서 일반적인 장학재단과 다르다. '한국예도문화장학체육재단'이란 이름부터 특이하다. 이 회장은 "우수한 능력과 창의력은 물론 건강한 체력과 정신을 갖춘 인재가 많아야 국가 경쟁력도 강해진다"며 "학생들이 공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체력도 길러야 한다는 점에서 '장학체육재단'으로 명칭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재단 명칭에 예(禮)와 도(道)가 들어간 것도 평소 회사경영에서 검도정신을 강조하는 그의 생각을 반영해서다. 이 회장은 작년부터 대한검도회 부회장을 맡아 활동 중이다. 이 회장 본인이 '검도 7단'의 실력을 갖춘 고수다.

회사 관계자는 "이 회장이 회사 사훈을 검도정신의 하나인 '입정(立正 · 바른 것을 세우다)'으로 정할 정도로 검도에 대한 애정이 깊다"며 "장학재단 이름에 '예도'를 넣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재단이 설립되면 초 · 중 · 고교생과 대학생을 위한 장학사업을 벌이는 동시에 학술 연구단체와 체육지도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할 계획이다. 또 서울 인근에 부지를 매입해 가칭 '대한무도관'을 세워 한국 전통 무도에 대한 연구와 교육 사업도 지원할 방침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