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명품업체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경쟁사인 에르메스의 지분 17%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양사 간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LVMH는 총 14억5000만유로를 들여 에르메스의 지분 17%를 인수했다. 14%는 시장에서 매집한 것이고 나머지 3%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이 같은 지분 매입은 단순투자 목적이라기보다는 LVMH의 에르메스 인수 · 합병(M&A)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에르메스를 극찬하며 지난 2년 동안 에르메스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다. LVMH는 1999년에는 이탈리아 경쟁 업체인 구찌를 M&A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

하지만 LVMH는 이날 발표문을 통해 에르메스에 대한 공개매수를 하지 않고 이사 선임 요구 등 경영권에도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기 투자자로서 기업 가치를 보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LVMH가 언젠가 에르메스를 인수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LVMH의 대중적 명품에 에르메스의 초고가 상품이 더해지면 명품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에르메스는 창업 가문에서 총 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M&A 표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창업자 후손 200여명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만큼 언제든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올해 초 창업자 후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장 루이 뒤마가 타계하면서 일부 주주들이 지분을 팔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이에 대해 에르메스 측은 창업자 후손들이 결속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분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