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오는 23~24일 전남 영암의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GP) 경기장을 직접 찾는다. 1인당 입장권 가격이 500만~600만원에 달하는 VIP 라운지인 패독클럽에서 다양한 협력업체 대표들을 만나 제휴 확대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교현 르노삼성 상무는 "모(母)그룹인 르노에서 F1팀을 운영하고 있어 F1 한국대회를 르노삼성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F1에 출전하는 차량은 '머신'으로 불린다. 자동차라기보다 첨단 기계장치의 총화라는 의미다. F1팀을 운영하거나 F1 경기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이런 F1의 첨단기술을 자사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영암 대회가 기업들 간 F1 마케팅에도 불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대당 100억원을 호가하는 F1 머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 누가 빨리 결승점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따라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최고 속도가 시속 330~350㎞에 달하는 만큼 맞바람을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하면 자동차가 비행기처럼 뜨면서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를 막기 위해 모든 F1 머신에는 앞뒤 날개가 달려 있다. 날개 위쪽은 평평하고 아래는 유선형이다. 비행기 날개를 뒤집어 놓은 것과 똑같다.

머신이 전진하면 날개 아래쪽 공기가 위쪽보다 빠르게 지나가면서 압력이 낮은 아래쪽으로 힘(다운포스)이 발생한다. 시속 300㎞ 이상으로 달리는 머신은 2500㎏에 가까운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이론적으로는 터널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머신의 무게는 80~100㎏에 불과하다.

F1 머신의 타이어는 홈이 없는 슬릭 제품이다. 일반 타이어보다 지면 접지력이 20% 정도 높다. 다만 비가 내릴 경우 수막현상(미끄러짐)을 막기 위해 홈이 파여 있는 특수 타이어로 갈아끼워야 한다.

머신 자체는 탄소섬유 사이에 벌집 모양의 알루미늄판을 촘촘하게 끼워넣은 구조다. 드라이버 머리 뒤쪽의 공기흡입구는 12t까지 충격을 견딜 수 있다. 레이싱복은 초경량 합성 섬유로 제작해 600~800도의 고열에서도 버틸 수 있다.

머신을 제작하는 업체들은 F1 기술을 일반 소비자를 위한 양산차에 속속 접목하고 있다. 특히 공기 역학이나 경량화 기술은 양산차의 연료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최고의 효과를 내고 있다.

페라리의 599 GTB 피오라노는 F1 기술을 접목시킨 고성능 모델이다. F1 슈퍼패스트라는 기어박스를 달아 변속 시간을 0.06초로 단축했다. F1 드라이버인 미하엘 슈마허는 페라리 430 스쿠데리아를 개발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