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우량 기업을 인수 · 합병(M&A)하기 위해 설립된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합병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일부 스팩은 인수 대상 기업을 정하고 본격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늦어도 내달엔 우량 기업과의 합병을 발표하는 스팩이 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스팩 공모 열기 재점화

스팩이 합병 발표와 함께 '2차 부흥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시장의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달 사태가 잇따랐던 스팩 공모 청약에 시중자금이 대거 몰리고 기관들은 연일 스팩주를 사들이고 있다.

1호 스팩주인 대우증권스팩은 합병 대상 기업을 압축하고 합병을 위한 구체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초 상장된 신영스팩1호도 합병 대상 기업을 적극 물색한 끝에 구체적인 논의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스팩 관계자는 "연말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합병 1호 스팩'을 탄생시키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일부 스팩은 합병 밸류에이션(회사가치 평가) 단계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스팩 합병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세금 족쇄'가 모두 풀린 점이 한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8월 발표한 '2011 세제개편안'에서 설립 1년이 지나지 않아도 스팩이 합병을 할 때 과세이연을 허용하는 과세 특례조항(법인세법 44조)을 포함시켰다. 내년 1월부터 합병 시 세금 특례가 인정되므로,이사회 결의부터 등기까지 3개월 안팎의 합병 소요 기간을 감안할 때 합병 발표 시점이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비상장 기업 오너들 사이에서도 기업공개(IPO)보다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게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 M&A 전문가는 "증시에 직상장하려면 작년과 올해 실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지만 스팩과의 합병은 올해와 내년 예상실적을 바탕으로 평가하므로 기업가치를 20~30% 높게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모든 스팩이 공모가 웃돌아

스팩 합병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증시에서 스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합병 발표 전후로 스팩 주가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9,20일 실시된 부국퓨쳐스타즈스팩의 일반 공모 청약의 경쟁률은 321 대 1로 스팩 가운데 최고였고,증거금은 5681억원이 몰렸다. 최근 상장한 키움스팩1호,이트레이드1호스팩이 공모 청약에서 미달된 것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스팩주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은 16개 스팩주 모두 공모가를 넘어섰다. 일부 종목은 공모가 대비 20% 가까이 올랐음에도 기관들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매수해 눈길을 끈다. 대우증권스팩의 경우 기관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을 제외하고 연속 순매수에 나서며 18만주 이상 사들였다. 비슷한 기간 동양밸류스팩 등에도 기관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