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1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쟁점 의제를 마지막으로 조율하는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22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G20 의장국인 한국은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빠지는 것을 막고 환율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중재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첫날부터 난상토론 예상

G20 경주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지난 6월 부산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 열리는 G20 회의다. 의장을 맡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 등 고위급 인사 100여명이 참석한다.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확장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오지 않는다.

윤 장관은 22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비롯해 버냉키 의장,가이트너 장관,셰쉬런(謝旭人) 중국 재정부 부장 등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 환율 문제와 IMF 지분 개혁 등 주요 의제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특히 환율 문제는 22일 오후에 열리는 제1세션인 '세계경제 동향 및 전망'과 공식 만찬,그리고 23일 오전 제3세션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 체계'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된다.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22일 제1세션부터 환율 문제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이고,만찬에서는 주요 이견이 대립하는 국가 간의 막후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3일 제2세션 'IMF 개혁과 글로벌 금융안전망'에서는 최소 5%포인트의 IMF 쿼터(지분율) 이전과 이사회 개혁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진다. 환율 못지 않게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주제여서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한국 이니셔티브 주목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에서 합의가 나올지 주목된다. 펀더멘털(경제기초체력)이 우수한 국가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경우 지원해주는 탄력대출제도(FCL) 개선이 논의될 예정이다. 융자 한도를 폐지하거나 인출 가능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FCL 기준에는 미달하지만 건전한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국가가 예방적 유동성을 희망할 때 지원하는 예방대출제도(PCL) 신설도 심도 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금융규제 개혁 세션에서는 서울 정상회의에 보고할 주요 내용을 최종 점검하는 차원에서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와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은행자본 및 유동성 규제 개혁과 대형금융기관(SIFI) 규제와 관련된 진행 상황을 보고할 예정이다. 거시 건전성 규제와 신흥국 관점의 금융규제 개혁 등 새로운 이슈를 G20 의제화시킬지도 검토하게 된다.

기타 이슈로는 △금융소외계층 포용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 펀드 추진 상황 점검 △에너지 보조금 현황 등이 논의된다.

세션이 모두 끝나면 이번 회의의 합의 내용을 담는 코뮈니케(공동성명서)가 작성되고,의장인 윤 장관이 오후 5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코뮈니케의 주요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함께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개발 이슈와 관련해서는 성장 친화적인 개도국 지원에 중점을 둔 액션 플랜 등이 검토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각국 간 환율 갈등이 잘 봉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IMF 총재 면담

이명박 대통령은 G20 경주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1일 방한한 스트로스칸 총재를 만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G20 서울 정상회의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IMF 개혁이 중요하다"며 "회원국들의 공조 노력과 IMF 측의 협조가 긴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G20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IMF 간 협력 강화가 그 어느때보다 공고해졌는데,서울 정상회의 이후에도 이러한 협력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안전망 구축과 IMF 개혁 등 주요 의제에 대해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한국과 협력할 것"이라며 "(한국과 IMF의) 긴밀한 관계는 서울 정상회의 이후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서욱진/홍영식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