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대학 등록금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논란 거리가 됐다. 학생과 학부모가 여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정치권에서 이를 쟁점으로 삼으면서 이제 등록금은 우리 사회를 양분시키고 있는 이념의 문제로까지 확대된 느낌이다. 대학가에서는 총학생회의 소위 투쟁 항목으로 매년 예외 없이 자리 잡는 것이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이니,이렇게 불신을 당하는 대학이나 그런 대학을 다니는 학생 모두에게 이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다.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학의 주장이다. 실제로 모든 물가는 계속 오르는 현실에서 등록금 동결은 특히 사립대학교들에겐 큰 타격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의지와 능력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 역시 대학의 책무라는 점을 고려하면 등록금은 오히려 인하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옳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립대학 등록금은 대부분이 연간 700만~800만원이다. 의학이나 혹은 이공계의 등록금은 높지만 전체를 평균하면 대학별로 큰 차이는 없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려면 많은 경비가 요구되는 게 당연하며,실제로 하버드,스탠퍼드 그리고 MIT 같은 일류 대학의 등록금은 연간 4만달러에 이른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와 경쟁하겠다고 나서는 우리 대학들이 등록금은 미 명문대들에 비해 5분의 1도 안 받으면서,게다가 국가와 사회의 대학 지원은 거의 미미한 형편에서,무엇을 동력(動力)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진정 세계적인 대학을 원한다면 더 많은 등록금을 받으면서 대신에 더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그런 대학도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미국 대학의 경우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이런 비싼 등록금은 그야말로 수준 높은 몇몇 사립대학에 한정된 경우로 여기에 다니는 학생은 미국 전체 대학생의 20%에 불과하다. 미국 4년제 대학생 중 약 60%는 등록금이 연간 1만달러 미만인 대학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어느 사회에서나 대학은 공공재산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즉 등록금이 적은 대학에는 그만큼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있다는 것인데,이는 정부가 세금으로 운영을 보전하는 우리 국공립대학의 예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생 네 명 중 세 명이 사립대학에 다니고 있지만,그러나 이들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그야말로 미미하다. 따라서 사립대학의 가장 중요한 재원(財源)이 학생이 내는 등록금인 현실에서 무조건 등록금 동결을 주장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이는 오늘의 안락함을 위해 미래를 희생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하튼 우리의 사립대학들은 빠른 시일 내에 재정의 패러다임을 바꿔 등록금 의존율을 낮춰야 한다. 중앙 혹은 지방정부가 대학에 직접적인 지원을 하게끔 설득해야 하고,민간으로부터의 기부금과 같은 간접지원을 확보하기위해 보다 치열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아울러 지식재산을 재원으로 바꾸는 기업적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으로 변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 내부적으로는 재정 전문가를 모셔 '교육 및 연구'와 '대학재정'의 두 바퀴를 균형 있게 돌려야 한다. 그간 대학에는 재정학자는 있었지만 조직의 경영을 체득한 재정 전문가는 거의 전무한 형편이었다. 이런데도 대학이 잘 운영되던 호시절은 이미 지나간 것으로 판단된다. 머지않아 많은 사립대학들이 도산(倒産)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민간 기업과 비교하면 재정의 측면에서는 마치 사회주의 국가와 비슷한 것이 오늘날의 대학 현실인 바,이 문제는 우리의 많은 대학들에서 발전전략이 아닌 생존전략으로 고려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