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

21일 국내 증시는 선물이 현물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 선물 매도에 따른 선물과 현물간의 가격차인 베이시스의 약화로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면서 유가증권 시장이 휘둘리고 있다. 싼 선물을 사는 대신 현물을 파는 차익거래는 오전 11시30분 현재 38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의 우군이었던 외국인의 매수세가 약화되면서 프로그램이 증시의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최대 8500억원을 매수했던 외국인은 전날 2000억원을 팔았고, 이날도 700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비단 이날 뿐만이 아니다. 이번주 들어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선물 매매의 방향에 따라 크게 출렁였다. 지난 18일과 19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나온 프로그램 매물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각각 1.41%, 0.97% 하락했다. 전날에는 외국인이 선물을 순매수하면서 프로그램 부담을 극복하고 사흘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내달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매수세를 낮추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때문에 당분간 프로그램에 의한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은 지속된다는 전망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수 상승 추세를 주도했던 외국인의 비차익 프로그램 순매수가 약화되고 있다"며 "이것이 회복되지 않으면 상승추세는 훼손될 수 있다"고 전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실적전망과 중국의 금리인상 등 매크로 변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며 "외국인이 현재 선물시장에서 매도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한 지수는 크게 상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선물시장은 미래 증시의 전망을 반영하는 만큼, 외국인이 한국증시를 안 좋게 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움직임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배신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그동안 외국인의 선물 매수차익잔고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었다"며 "지금은 이 포지션을 청산하고 있는 것이지 국내증시의 전망을 안 좋게 보고 있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심 연구원도 "이제까지 관찰된 선물 외국인 매매의 상승채널이 유효하다면 순매도는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며 "외국인은 조만간 순매수로 돌아설 것이고, 이는 베이시스 상승과 국가 차익 프로그램 순매수로 이어져 지수 반등을 주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