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소한 재미 중 하나가 아내와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것이다. 아내의 뒤를 따라다니며 짐꾼 역할을 하는 재미도 의외로 쏠쏠하다. 가끔 마트에서 지인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짐꾼 역할을 하는 서로를 보며 웃고 지나치곤 한다.

최근엔 마트에 가면 꼭 들리는 진열대가 있다. 바로 막걸리다. 언제부턴가 막걸리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를 강타하는 인기주가 됐다고 하는데,넓어진 마트 진열대를 보며 새삼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일본 등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막걸리를 마실 때면 가끔 젊은 시절 해외에서 생활하던 시절이 생각나곤 한다. 우리 가족은 애국가가 흐르면 가슴이 뭉클하고,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면 김치를 찾고,비가 오면 막걸리에 파전 생각이 간절한 전형적인 한국사람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을 접할 때면 가슴이 짠했다. 당시 한국을 접하고,알리는 가장 큰 힘은 바로 '한국 브랜드'였다. 한국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할 때 자연스레 한국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다. 그 중 가장 큰 홍보 효과를 올리는 것은 국가만의 특화된 브랜드였다. 와인하면 자연스레 프랑스를 떠올리게 되는 것과 같은 의미다. 비빔밥이나 김치처럼 막걸리도 머지않아 유명 주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한국의 대표 브랜드가 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가의 가장 큰 브랜드는 바로 '사람'이다. 인재 한 명 한 명이 우리나라를 살찌우고,전 세계적으로 한국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나 올림픽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스포츠 스타 한 명이 세계 지도에서도 찾기 힘든 나라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고경영자(CEO)로 20여년을 넘게 지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재라는 사실은 변함없는 진리였다. 필자가 GSK 한국법인 CEO로 근무하며 소망하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World Class Company'다. 이는 단순히 매출을 많이 올리거나 성장률이 높은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GSK 그룹 내에서도 모범이 되는 국가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재'다. 인재 양성이야말로 World Class Company의 가장 근간이 된다.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대한민국의 인재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그들이 곧 한국을 대표하는 홍보대사이자 가장 강력한 국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난히 흐린 날에 비가 잦다. 그럴 때면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 생겼다. "이런 날씨에는 막걸리에 파전이 딱인데…." 오늘은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게 될 GSK의 자랑스런 인재들과 막걸리 한 잔 해야겠다.

김진호 < GSK 한국법인 대표 Jin-ho.kim@gs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