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브랜드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소비재,금융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그룹인 인터브랜드(아시아태평양 · 한국 대표 스튜어트 그린)는 최근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2010 세계 100대 브랜드와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략'이란 주제로 '인터브랜드 CBO(최고브랜드책임자) 포럼 2010'을 열었다. 20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 인터브랜드는 최근 발표한 '2010 세계 100대 브랜드'의 특징과 경쟁력 등을 분석,발표했다.

◆구글 · 애플 등 IT 브랜드 급성장

올해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는 코카콜라가 11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이어 IBM,마이크로소프트,구글,GE,맥도날드,인텔,노키아,디즈니랜드,휴렛팩커드가 톱 10에 랭크됐다.

구글은 브랜드가치가 36%나 급상승하며 작년 7위에서 4위로 뛰어올라 조만간 코카콜라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8위를 기록했던 도요타는 올 들어 리콜사태가 터지면서 톱10에서 밀려났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세계 10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작년과 똑같은 19위를 유지했지만 브랜드 가치는 11% 상승했다. 현대자동차는 9%의 브랜드가치 상승률을 보이며 지난해보다 4계단 상승한 65위를 차지했다.

스튜어트 그린 인터브랜드 아시아태평양 · 한국 대표는 "올해의 파워 브랜드들은 시장의 변화보다 앞서 가고,고객 중심으로 생각하고,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한 게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브랜드 가치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회사는 구글(37%)과 애플(36%)로 나타났다.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30% 이상의 브랜드가치 상승률을 기록하며 54위에 올랐다. 금융분야에서는 JP모건과 알리안츠가 지난해의 부진을 털고 제자리를 찾았다. 올해 강세를 보인 IT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별 브랜드는 미국계 기업이 100대 브랜드 가운데 50개를 차지했다. 독일은 BMW,아우디 등 자동차 브랜드를 앞세워 10개가 100위 안에 들어 2위를 기록했다. 일본이 6개 브랜드로 4위에 올랐으며,한국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100위 안에 랭크되면서 공동 9위를 차지했다. 산업별로 보면 IT에 이어 금융브랜드의 강세가 돋보인다. 14개 금융 브랜드가 100대 브랜드에 들었다.

◆파워브랜드 위기관리 능력 돋보여

올해 100대 브랜드의 특징은 IT 브랜드의 강세와 파워 브랜드의 위기관리 능력,금융 브랜드의 부활로 요약할 수 있다.

IT 브랜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급성장했다. HP가 합류하면서 10대 브랜드의 절반은 IT 브랜드들이 차지했다. 특히 애플과 구글,블랙베리는 30%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면서 위상을 키워가고 있다. 파워브랜드의 브랜드 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리콜사태로 타격을 입은 도요타는 브랜드 가치가 곤두박질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평가 결과 '톱10'에서는 밀려났지만 경쟁 기업이 넘보기 힘든 11위를 지켰다. 애플도 아이폰4의 수신불량 논란 속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3계단 뛰어오른 17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몰락했던 JP모건,알리안츠 등 금융브랜드들이 제자리를 찾아 올라온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특히 산탄데르,바클레이즈,크레디트스위스,취리히 파이낸셜 서비스 등 유럽 금융기업들이 대거 100대 브랜드에 진입했다. 산탄데르는 F1 대회의 공식 스폰서가 되면서 소비자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산업별 브랜드 가치 전략은

인터브랜드는 "브랜드 가치 제고 전략의 키워드는 변화,고객지향,사회봉사"라고 강조했다. 파워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니즈를 찾아 충족시켜 주며 변화에 앞서 대응했다는 것이다. '당신만을 위한' 고객지향 서비스 노력도 돋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사회에 공헌하는 착한 브랜드 내세우기도 대세를 이루고 있다.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잘 맞고,주변 환경에 기여하는 브랜드를 선택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전략이다.

질레트,펩시,네스카페,버드와이저,콜게이트,클리넥스 등 100위 이내에 오른 24개 소비재 브랜드는 가격경쟁보다는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고,소비자들을 기업활동에 참여시키는 전략으로 교감의 폭을 넓혔다. 펩시의 경우 혁신적인 환경개선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프로젝트로 회사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했다.

IT 파워브랜드들은 한 분야에서의 전문성보다는 하드웨어와 플랫폼,콘텐츠의 조화와 유기적 서비스가 브랜드 가치를 좌우한다고 판단,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또 기능적 서비스보다는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감성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다.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자동차산업의 키워드는 '스마트'로 요약됐다. 최근 소비자들은 IT와 마찬가지로 자동차에서도 스마트한 연비 · 기계장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에서도 좋은 품질과 디자인에 '스마트'가 더해지면 브랜드 가치가 더욱 향상될 것이란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문지훈 인터브랜드 상무는 "현대자동차는 금융위기 속에서도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한 데다 스마트한 이미지를 더했다"며 "이에 따라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하며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럭셔리 브랜드 분야에서는 대중성과 희소성 사이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루려는 트렌드가 두드러졌다. 희소성만 강조하다보면 매출이 오르지 않고,대중성에 치우치면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구찌와 프라다 등은 희소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성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럭셔리 기업들은 이 밖에도 역사와 전통의 가치를 강조하며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