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물량 80%가 産地유통인 통해 '밭떼기'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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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경로 살펴보니
산지서 1500원 하던 배추, 중간상 세 번 거치면 5010원
산지유통인 "우리도 농업인"…일부 농산물 매점매석이 문제
산지서 1500원 하던 배추, 중간상 세 번 거치면 5010원
산지유통인 "우리도 농업인"…일부 농산물 매점매석이 문제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일부 중간상의 독과점과 담합'을 지적하며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소매가가 밭떼기 값의 3~4배에 형성되는 농산물 유통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다.
◆산지유통인은'반농반상(半農半商)'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는 출하량의 70~80%가 산지유통인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농민→산지유통인→도매시장 경매→중도매인→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의 손에 도착한다. 농협 등 생산자단체나 농민이 직접 경매시장에 출하하는 물량은 20% 선에 그친다.
충남 서산의 운산농협 판매계 이재형 대리는 "배추는 다단계 유통구조를 거치며 도시에선 초기 농민이 산지유통인에게 넘기는 밭떼기 값의 3배 수준에 팔리는 게 통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출하되는 강원 평창 · 정선 · 영월의 가을배추 밭떼기 가격도 포기당 1500원 수준이었지만 이날 경락가(가락시장)는 3057원,도매가(5대 도시 평균)는 4260원,소매가(15개 도시 평균)는 5010원이었다. 소매가가 1만3600원까지 치솟았던 지난달 말 경락가와 도매가는 1만원 선을 넘었다.
배추의 생육기간은 90일가량이다. 농민은 육모장에서 20~25일 정도 자란 배추 모종을 밭에 심고나면 밭떼기를 통해 넘긴다. 이후 비료와 농약을 치고 김매기를 해서 키운 뒤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일은 모두 산지유통인의 몫이다. 김종석 전국농산물산지유통인연합회장은 "경매에 참여하려고 도매시장에 등록하다보니 산지유통인이라고 불리지만 우리도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라며 "엄청난 중간마진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기엔 비료와 농약,물대기 비용과 인건비,물류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aT의 조사에 따르면 배추 밭떼기 가격이 포기당 1000원이고 소매가가 2950원일 때 산지유통인의 마진은 254원(소매가의 8.6%)이었다. 경매에서 포기당 평균 1785원을 받았지만 수확작업비와 포장비,운송비 등을 지출했기 때문이다. 또 경매시장에서 물량을 받아 소매상에 넘기는 중도매인의 마진이 101원(3.4%),소매상의 마진은 234원(7.9%)이었다. 이래협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유통연구실 부장은 "농촌의 노령화로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거나 영농규모가 적어 트럭 등 물류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농민이 많다"며 "배추 등 저장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은 산지유통인이 직접 농사를 짓고 유통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저장성 채소는 사재기 가능성
가을배추는 저장성이 거의 없지만,겨울배추 등 저장성이 있는 채소류와 과일은 산지유통인의 매점매석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 소매상이 직접 경매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간 도매상 몇 명이 가격을 쥐고 흔들 가능성이 높다.
관행적으로 지속되는 실물거래도 유통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부 농산물은 산지에서 서울 등 대도시의 경매를 거쳐 산지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견본거래나 전자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한 탓이다.
채소값 급등락을 막으려면 농협 등 생산자단체가 산지유통인 역할을 맡아 시장 완충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은 "지금은 산지유통인이 투자실패 위험을 감수하고 채소의 70~90%를 밭떼기로 사들인 뒤 이를 키워 도매시장에 넘기는 방식이어서 수급조절 등을 위한 정부 정책이 시장에 반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농협이 농민과 계약을 맺고 재배면적을 다량 확보해 산지유통인을 견제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재배면적과 출하량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상황에 따라 농협이 위험을 안고 계약재배물량을 다량 확보할 수 있도록 채소수급안정기금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지와 주요 소비지 주변에 저온저장물류센터를 설치,태풍 등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한편 농협이나 정부가 주요 농산물의 작황정보를 신속히 알려 농민 등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 밖에 농가와 소비자 간 직거래시스템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현석/김철수 기자 realist@hankyung.com
◆산지유통인은'반농반상(半農半商)'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는 출하량의 70~80%가 산지유통인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농민→산지유통인→도매시장 경매→중도매인→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의 손에 도착한다. 농협 등 생산자단체나 농민이 직접 경매시장에 출하하는 물량은 20% 선에 그친다.
충남 서산의 운산농협 판매계 이재형 대리는 "배추는 다단계 유통구조를 거치며 도시에선 초기 농민이 산지유통인에게 넘기는 밭떼기 값의 3배 수준에 팔리는 게 통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출하되는 강원 평창 · 정선 · 영월의 가을배추 밭떼기 가격도 포기당 1500원 수준이었지만 이날 경락가(가락시장)는 3057원,도매가(5대 도시 평균)는 4260원,소매가(15개 도시 평균)는 5010원이었다. 소매가가 1만3600원까지 치솟았던 지난달 말 경락가와 도매가는 1만원 선을 넘었다.
배추의 생육기간은 90일가량이다. 농민은 육모장에서 20~25일 정도 자란 배추 모종을 밭에 심고나면 밭떼기를 통해 넘긴다. 이후 비료와 농약을 치고 김매기를 해서 키운 뒤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일은 모두 산지유통인의 몫이다. 김종석 전국농산물산지유통인연합회장은 "경매에 참여하려고 도매시장에 등록하다보니 산지유통인이라고 불리지만 우리도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라며 "엄청난 중간마진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기엔 비료와 농약,물대기 비용과 인건비,물류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aT의 조사에 따르면 배추 밭떼기 가격이 포기당 1000원이고 소매가가 2950원일 때 산지유통인의 마진은 254원(소매가의 8.6%)이었다. 경매에서 포기당 평균 1785원을 받았지만 수확작업비와 포장비,운송비 등을 지출했기 때문이다. 또 경매시장에서 물량을 받아 소매상에 넘기는 중도매인의 마진이 101원(3.4%),소매상의 마진은 234원(7.9%)이었다. 이래협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유통연구실 부장은 "농촌의 노령화로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거나 영농규모가 적어 트럭 등 물류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농민이 많다"며 "배추 등 저장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은 산지유통인이 직접 농사를 짓고 유통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저장성 채소는 사재기 가능성
가을배추는 저장성이 거의 없지만,겨울배추 등 저장성이 있는 채소류와 과일은 산지유통인의 매점매석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 소매상이 직접 경매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간 도매상 몇 명이 가격을 쥐고 흔들 가능성이 높다.
관행적으로 지속되는 실물거래도 유통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부 농산물은 산지에서 서울 등 대도시의 경매를 거쳐 산지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견본거래나 전자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한 탓이다.
채소값 급등락을 막으려면 농협 등 생산자단체가 산지유통인 역할을 맡아 시장 완충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은 "지금은 산지유통인이 투자실패 위험을 감수하고 채소의 70~90%를 밭떼기로 사들인 뒤 이를 키워 도매시장에 넘기는 방식이어서 수급조절 등을 위한 정부 정책이 시장에 반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농협이 농민과 계약을 맺고 재배면적을 다량 확보해 산지유통인을 견제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재배면적과 출하량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상황에 따라 농협이 위험을 안고 계약재배물량을 다량 확보할 수 있도록 채소수급안정기금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지와 주요 소비지 주변에 저온저장물류센터를 설치,태풍 등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한편 농협이나 정부가 주요 농산물의 작황정보를 신속히 알려 농민 등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 밖에 농가와 소비자 간 직거래시스템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현석/김철수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