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녀프로골퍼들이 일본무대를 휩쓸었다. 김경태(24 · 신한금융그룹)는 일본 내셔널타이틀인 일본오픈골프선수권대회(상금 2억엔)에서 우승했고,안선주(23)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후지쓰 레이디스(상금 8000만엔)에서 정상에 섰다.

이 기세라면 한국선수들이 일본 남녀프로골프투어 상금왕에 동시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선수들이 일본골프투어에서 거의 매주 우승을 다투자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경태,일본 내셔널타이틀 석권

김경태는 17일 일본 나고야 인근 아이치CC(파71)에서 끝난 일본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1타(69 · 70 · 68 · 64)를 기록,일본의 후지타 히로유키를 2타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었다. 5월30일 다이아몬드컵에 이어 일본무대 2승,국내외 통산 5승째다.

한국선수가 이 대회에서 정상에 선 것은 1941년 연덕춘,1972년 한장상에 이어 세 번째다. 우승상금 4000만엔을 받은 김경태는 시즌 상금 1억1584만엔으로 후지타와 '라이벌' 이시카와 료(19)를 각각 1800만엔, 2100만엔 차이로 따돌리고 일본골프투어(JGTO) 상금랭킹 1위에 복귀했다. 김경태는 한국 남자선수로는 최초로 JGTO 시즌 상금왕을 노리게 됐다. 외국선수로는 1987년 일본계 미국인 데이비드 이시이가 상금랭킹 1위에 오른 이후 23년 만에 두 번째 상금왕에 도전한다.

김경태는 마지막 날 이시카와와 맞대결을 펼친 끝에 또 한 번 압승을 거뒀다. 김경태는 지난달 한 · 일대항전에 출전해 "올 들어 이시카와와 대여섯 차례 맞붙었는데 모두 내 스코어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한 · 일전 마지막 날에도 두 선수는 1 대 1로 맞붙어 김경태(8언더파 64타)가 이시카와(1언더파 71타)에게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이날도 김경태는 이시카와에게 1타 앞선 채 동반플레이를 시작했다. 김경태가 1,2번홀을 비롯해 전반에 버디 4개를 잡는 동안 이시카와는 3타(버디1 보기4)를 잃어 둘의 간격은 일찌감치 벌어졌다. 이시카와는 합계 3언더파 281타로 배상문(24 · 키움증권) 등과 함께 공동 8위에 머물렀다.

김경태는 국가대표 시절인 2005년과 2006년 연거푸 일본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제패했다. 아마추어-프로에 걸쳐 일본 내셔널타이틀을 석권한 것이다.

◆안선주 "적수가 없다"

올시즌 J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선두를 독주하던 안선주가 또 하나의 우승컵을 추가했다. 안선주는 이날 지바현 도쿄 세븐헌드레드CC(파72)에서 끝난 대회에서 3라운드 합계 19언더파 197타(65 · 62 · 70)를 기록,2위 신지애(22 · 미래에셋)를 7타차로 제치고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우승상금 1440만엔을 받은 안선주는 시즌 상금 1억2415만엔으로 2위 요코미네 사쿠라를 5000만엔 이상 차이로 따돌리며 상금왕을 향해 한걸음 다가섰다. 올해 JLPGA투어는 6개 대회가 남아 있다. 한국여자선수가 JLPGA투어 상금왕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다.

한국선수들은 올해 열린 28개 JLPGA투어 대회 가운데 12승을 합작했다. 승률로 따지면 42.85%에 달한다.

◆"한국선수들 더 겸손해져야"

한국선수들이 일본골프,특히 여자프로골프를 휩쓸자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TV 시청률이나 갤러리,대회 수 등에서 남자보다 인기를 끌어온 일본여자골프가 지난해를 전환점으로 역전됐다는 것.한국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 우승컵을 자주 들어올리는 것도 한몫했다.

전년도 챔피언이 프로암대회에 나가지 않거나,나가더라도 동반 아마추어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자신의 플레이에만 몰두하는 사례도 많다.

일본투어에서 활약하면서도 일본어를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올해 JLPGA투어 프로암대회에 참가한 A씨는 "한국선수들이 일본투어에서 잘하는 것은 좋지만 그에 상응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일본말은 해야 하고,프로암대회에서는 자신보다 동반자들을 더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선수들이 일본에서 잘하면 할수록 견제의 목소리도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