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日 따라가나] "거품 있지만 급격한 붕괴 없다"…역세권 소형주택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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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부동산학을 전공했거나 일본의 경제 · 산업 동향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한국이 버블 붕괴 이후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일본통(通)으로 꼽히는 국내외 연구소 및 학계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한국과 일본의 부동산시장을 비교 점검한 결과다. 이들은 대체로 "한국 부동산시장에 어느 정도 거품이 끼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일본처럼 버블이 급격하게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 낮다"
일본 부동산 · 경제 전문가들은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을 한국이 좇을 가능성이 적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글로벌연구실 일본경제담당)은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면서 부동산시장에 급격하게 버블이 형성됐다"며 "이후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땅값 급등을 해소하려는 일본 정부의 세제,금리 인상 등의 강력한 긴축정책이 맞물리면서 거품이 일순간에 붕괴된 것이어서 한국 사정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본 교포 1.5세인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일본 호세이대 경제학과 졸업)은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실물경제가 악화되면서 지금까지 장기불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은 제조업 등의 경기가 좋고 인플레이션 현상이 유지되고 있어 버블 붕괴 시기의 일본이 처한 상황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도 위기에 몰렸던 일본의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자금회수에 나서면서 버블이 붕괴되는 단초를 제공했던 것과 현재 한국 금융회사의 상황 대처 방법도 구별되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제로(0) 금리 시대를 맞아 일본은 기업들이 생산보다는 땅을 사는 데 치중했다가 버블이 터지면서 문제가 됐지만,우리나라는 기업들이 부동산 투기에 집중하지 않아 버블의 정도가 크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긴장 늦추지 말아야"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고령화,저출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일본형 장기 불황은 아니더라도 주택 가격 하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일본식 버블 붕괴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인구 구조의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허만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단카이(전후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버블 붕괴 가능성은 낮지만) 우리나라도 인구구조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부 교수(일본 메이카이 대학 박사)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어 노후자금을 위해 이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40~50평대 아파트 매물이 늘면서 중대형 아파트 가격하락을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또 "일본에서는 최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소유했던 주택이 팔리지 않아 손자 세대가 떠안는 '1인 3주택' 현상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며 "대출과 관리비 부담으로 고통을 겪는 극단적인 '다주택형 하우스푸어(house poor · 집을 소유한 빈곤층)'가 우리나라에도 상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호성 수석연구원은 다만 "고령화나 인구감소로 부동산시장이 상승할 가능성은 낮지만 1~2인 가구 등 세대 분화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급격한 침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도심 회귀 현상 가속화될 것"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도심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일본도 다마신도시 등 도쿄 외곽 거주자들이 고령화되면서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데다 집값 하락으로 교통비 감소 등을 위해 도심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신도시를 떠나 도심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일본의 신도시가 슬럼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지평 수석연구위원도 "우리나라 신도시도 자족기능을 제대로 갖춰야 일본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부동산연구소 출신의 송현부 랜드뱅크(도쿄 소재 부동산컨설팅기업) 대표는 "한국도 도심 회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역세권 주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선/김재후 기자 sunee@hankyung.com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 낮다"
일본 부동산 · 경제 전문가들은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을 한국이 좇을 가능성이 적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글로벌연구실 일본경제담당)은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면서 부동산시장에 급격하게 버블이 형성됐다"며 "이후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땅값 급등을 해소하려는 일본 정부의 세제,금리 인상 등의 강력한 긴축정책이 맞물리면서 거품이 일순간에 붕괴된 것이어서 한국 사정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본 교포 1.5세인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일본 호세이대 경제학과 졸업)은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실물경제가 악화되면서 지금까지 장기불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은 제조업 등의 경기가 좋고 인플레이션 현상이 유지되고 있어 버블 붕괴 시기의 일본이 처한 상황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도 위기에 몰렸던 일본의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자금회수에 나서면서 버블이 붕괴되는 단초를 제공했던 것과 현재 한국 금융회사의 상황 대처 방법도 구별되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제로(0) 금리 시대를 맞아 일본은 기업들이 생산보다는 땅을 사는 데 치중했다가 버블이 터지면서 문제가 됐지만,우리나라는 기업들이 부동산 투기에 집중하지 않아 버블의 정도가 크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긴장 늦추지 말아야"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고령화,저출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일본형 장기 불황은 아니더라도 주택 가격 하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일본식 버블 붕괴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인구 구조의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허만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단카이(전후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버블 붕괴 가능성은 낮지만) 우리나라도 인구구조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부 교수(일본 메이카이 대학 박사)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어 노후자금을 위해 이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40~50평대 아파트 매물이 늘면서 중대형 아파트 가격하락을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또 "일본에서는 최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소유했던 주택이 팔리지 않아 손자 세대가 떠안는 '1인 3주택' 현상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며 "대출과 관리비 부담으로 고통을 겪는 극단적인 '다주택형 하우스푸어(house poor · 집을 소유한 빈곤층)'가 우리나라에도 상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호성 수석연구원은 다만 "고령화나 인구감소로 부동산시장이 상승할 가능성은 낮지만 1~2인 가구 등 세대 분화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급격한 침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도심 회귀 현상 가속화될 것"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도심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일본도 다마신도시 등 도쿄 외곽 거주자들이 고령화되면서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데다 집값 하락으로 교통비 감소 등을 위해 도심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신도시를 떠나 도심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일본의 신도시가 슬럼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지평 수석연구위원도 "우리나라 신도시도 자족기능을 제대로 갖춰야 일본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부동산연구소 출신의 송현부 랜드뱅크(도쿄 소재 부동산컨설팅기업) 대표는 "한국도 도심 회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역세권 주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선/김재후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