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햄버거가 들어가 있는 나라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넥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에서 한 주장이다. 해외에 갈 때마다 현지에서 햄버거를 즐겨 먹던 프리드먼에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과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는 티격태격하던 사이였으나 맥도날드가 진출한 후엔 이렇다 할 분쟁 없이 지내게 됐다.

영국과 아르헨티나도 포클랜드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사이가 나쁘다가 86년 아르헨티나에 맥도날드 간판이 걸린 후엔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주장이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웬만큼 통하는 까닭은 맥도날드를 받아들일 정도로 국제화되거나 소득이 높아진 나라는 전쟁을 피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프리드먼은 설명한다. 하긴 1990년 모스크바에,1992년 베이징에 맥도날드 매장이 들어선 후에 러시아와 중국도 개방의 길을 걸었다.

맥도날드는 아니지만 평양의 패스트푸드점도 햄버거를 사먹으려는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소식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작년 6월 평양에 들어선 '삼태성청량음료점'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 분점까지 냈으나 하루 전에 예약해야 햄버거를 살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햄버거는 '다진 소고기와 빵',와플은 '구운빵 지짐'이란 이름으로 평양사이다 금강생맥주 등과 함께 팔린다. 24시간 운영되는 분점의 경우 예약을 받지 않는 오후 11시 이후에도 줄을 설 정도라니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북한에 외국음식점이 들어서기 시작한 건 2000년부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들도 외국음식을 맛보게 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리면서 하나둘씩 생겨나게 됐다. 삼태성청량음료점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이 싱가포르의 한 회사와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의 외화를 거둬들이기 위해 북한돈뿐 아니라 달러 유로화 위안화까지 받는다고 한다.

고객의 상당수는 외국물을 먹은 경험이 있는 등 힘깨나 쓰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대다수 인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마당에 일부 특권층은 앞다퉈 '서양의 맛'을 탐닉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북한도 햄버거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어둠의 장막을 걷고 개방의 길로 들어서면 좋으련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