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890선 안팎에서 조정을 받으며 주춤하던 지난 11일.시가총액 15위인 하이닉스가 4.89% 급락하며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8일 한 외국계 증권사가 "D램 가격 하락세가 더 지속될 것"이라며 하이닉스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낸 것이 원인이었다. 주가 반등을 기대하고 있던 하이닉스 투자자들에겐 달갑지 않은 리포트였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이나 목표가격을 내리는 보고서를 낼 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목은 정보기술(IT)주로 나타났다. 경기에 민감한 IT주 특성상 부정적인 리포트에 휘둘리는 경우가 잦다는 분석이다. 반면 금융주와 화학 철강 등 산업재 종목들은 투자의견 하향 의견이 나와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아 '맷집'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정적 리포트 3개월 새 28건

13일 증권정보업체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11개 외국계 증권사가 내놓은 종목 분석보고서 중 투자의견이나 목표가를 내린 사례는 20개 종목에 걸쳐 총 28건에 달했다. '주식을 처분하라'는 의미인 '매도' 또는 '비중 축소' 의견도 6건이 포함됐다. 웬만해선 '매도' 의견을 발표하지 않는 국내 증권사와 대조적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까칠한' 리포트는 IT업종에 주로 몰렸다. 지난 7월 이후 하이닉스에는 도이치,JP모건,RBS(스코틀랜드왕립은행)증권 등 3개사의 비중 축소와 매도 리포트가 쏟아졌다. 메릴린치,RBS,BNP파리바는 7월부터 이달까지 순차적으로 LG디스플레이에 대해 비중을 줄이거나 목표가를 낮추는 보고서를 냈다.

JP모건과 맥쿼리증권은 8월 초 삼성전기의 투자의견을 나란히 '중립'으로 끌어내렸고,BNP파리바증권은 8월 말 삼성SDI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다. 한국 증시 대표주인 삼성전자도 8월2일 CLSA(크레디리요네)에 의해 '매수'보다 한 단계 낮은 '시장수익률 상회'로 강등됐다.

증권사별로는 7월 이후 투자의견을 낮춘 보고서를 가장 많이 내놓은 곳은 RBS로 6건에 달했다. JP모건과 BNP파리바가 각각 4건,CLSA가 3건으로 뒤를 이었다.

◆투자의견 하향은 IT주에 직격탄

외국계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낮춘 IT주들은 하나같이 주가가 부진하다. 삼성전자는 CLSA의 보고서가 나오던 날 81만원에서 지속적으로 하락,이날 74만4000원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73만6000원)에 근접했다. 5월부터 약세로 접어든 LG디스플레이는 메릴린치와 RBS가 7월19,20일 연이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는 바람에 8월 말까지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9월 이후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이날 종가(3만8600원)는 여전히 7월 중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삼성SDI도 BNP파리바의 매도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에 비해 주가가 20.10% 밀렸고 하이닉스(-12.33%) 삼성전기(-7.93%) 등도 좀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금융주는 투자의견 하향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지켜 눈길을 끈다. 하나금융은 CLSA증권이 '시장수익률 하회'로 낮춘 7월20일 2.07% 떨어졌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반등해 보고서 발표 전에 비해 주가가 8.71% 올랐다. 한국금융지주(15.31%)와 외환은행(8.87%)도 리포트 발표 때보다 상승했다. SK에너지(13.53%) GS홈쇼핑(8.79%) CJ인터넷(8.29%) 현대제철(5.47%) 등도 부정적 리포트가 나왔어도 주가가 올랐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주는 저평가 매력이 부각돼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IT주는 7~8월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부정적 보고서가 쏟아졌지만 가격 조정을 충분히 받은 만큼 점진적으로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