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입점 패션 브랜드 수를 줄여나가는 대신 남아있는 업체의 점포 면적을 넓혀주는 '매장 대형화' 작업에 나선다. 인기 브랜드들이 보다 많은 제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매장 면적을 늘려주는 것이 기존 '소(小) 점포 · 다(多) 브랜드' 전략보다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3일 "일부 브랜드의 매장 면적을 시범적으로 30% 넓혀줬더니 고객 수와 구매단가가 동시에 늘면서 매출이 50%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효과가 검증된 만큼 당장 내년 봄 상품구성(MD) 개편 때부터 매장 대형화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백화점은 현재 43㎡(13평) 정도인 패션 브랜드의 평균 매장 면적을 60㎡(18평) 안팎으로 확대키로 하고,입점 브랜드 수를 20~30% 줄여 나가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백화점 주요 점포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 수는 150~200개에서 100~150개 정도로 줄어든다. 다만 매장 개편은 현대백화점의 점포별 특성과 패션업체들의 요구사항 등을 반영해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들은 '현대백화점에 가면 모든 패션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는 것보다 '현대에 가면 요즘 뜨는 ◆◆브랜드 제품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패션업체들도 '자기 색깔을 마음껏 낼 수 있다'는 이유로 대형 점포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 백화점은 또 일반 매장보다 5배 이상 큰 260~330㎡(78~100평) 규모의 메가숍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기로 했다. 이 회사는 현재 폴햄 지오다노 코데즈콤바인 르샵 플라스틱아일랜드 등 10여개 브랜드를 메가숍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패션업체와 공동으로 만든 편집매장도 확대 운영키로 했다. 현대는 지난 8월 제일모직 및 LG패션과 각각 블리커와 리비에라란 이름의 편집매장을 서울 압구정동 본점 4층에 냈다. 이들 매장의 특징은 제품 구입에서부터 전시 ·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현대백화점과 패션 전문업체가 공동으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백화점 바이어가 단독으로 사들인 제품으로 편집매장을 꾸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패션 전문가들의 '눈썰미'가 반영된 덕분에 신규 매장인데도 불구하고 리비에라와 블리커의 평당 매출이 압구정 본점 남성매장에서 각각 3위와 4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패션업체와 함께 만든 편집매장을 여성복 아동복 분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