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파이가 가장 훔치고 싶어하는 비밀은 뭘까?'

정답은 미래예측 정보다. 현대판 러시아 스파이는 정치 분야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미래학자들(futurist group)만 쫓는다. 얼마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붙잡혔다가 '스파이 맞교환'으로 풀려난 러시아의 미녀 스파이 안나 채프먼(28)도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 · 재생에너지와 우주과학 등 미래예측 정보들을 빼내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미래포럼 등에 따르면 지난 7월6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세계미래회의(World Future Society),유엔미래포럼 각국 대표회의에서 러시아 스파이 얘기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러시아 스파이 가운데 도널드 히스필드는 미래 첨단기술 스파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붙들린 뒤 추방됐다. 미국 하버드대 존케네디스쿨을 졸업한 히스필드는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링트인(Linked in)을 통해 74명의 미래학자들과 교류하는 등 고위급 과학자와 정부 관료들의 정보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최대 미션은 미래에 다가오는 위험과 불확실성,대처 방법 등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특히 석유가스 에너지가 최대 자원인 러시아 입장에서는 석유 이후의 새로운 에너지원이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에 미국의 신 · 재생에너지 개발 및 투자 계획 등을 입수하는 것도 주요 임무였다.

히스필드는 '퓨처맵(Future Map)'이라는 미래예측 기법을 스스로 개발한 뒤 전문가로 행세했다.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에게 접근,퓨처맵에 각종 정보를 입력하면 미래전략이 나온다고 속여 주요 기업과 단체의 정보를 훔쳐가려고 했다. 히스필드는 유엔미래포럼이 작년 8월 한국에 만든 국제기구인 김천세계기후변화종합상황실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부인도 링트인과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다양한 인맥을 쌓으면서 미래예측 스파이로 활동했다.

유엔미래포럼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 스파이들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스파이들의 미래에 대한 높은 관심은 미래예측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