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지난 3월,2010년 현재 세계의 억만장자(10억달러,1조1500억원 이상)가 1011명이라고 발표했다. 6월엔 이들 중 자수성가한 남녀를 구분, 남성과 달리 여성은 혼자 힘으로 사업을 일으켜 세계적 갑부가 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1011명 가운데 남자는 665명으로 절반이 넘는 반면 여자는 14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5명은 남편이나 형제와 함께 사업을 시작한 만큼 엄밀한 의미에서 자수성가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아울러 14명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 여성이란 흥미로운 사실도 전했다.

1위는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자 우야쥔(39억달러),2위는 패션브랜드 '자라'로 유명한 스페인의 로살리아 메라(35억달러),3위는 러시아 건설업자 엘레나 바투리나(29억달러)였다. 이 밖에 오프라 윈프리(6위),멕 휘트먼 전(前) 이베이 최고 경영자(11위),'해리 포터' 시리즈 저자 조앤 K.롤링(14위) 등이 포함됐다.

포브스는 자수성가한 여성 부호가 적은 이유로 사업 규모가 작은 것과 자금조달력이 약한 것을 꼽은 한편 목표가 다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성은 '금전적 성공'을 추구하는 데 비해 여성은 '비전과 사명'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중국 여성은 이런 속성과 상관없는 걸까. 자수성가한 세계 여성 갑부의 절반이 중국인이며 이는 모든 여성이 일하는 중국의 정치 · 사회적 특징에서 비롯되지만 육아 부담이 작은 것과 높은 성취욕(고위직 겨냥:중국 여성 76%,미국여성 52%)도 한몫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의 부자 순위를 집계한 '후룬(胡潤)보고서'를 분석했더니 세계 최고 여성 갑부 3명을 포함,상위 20명 중 11명이 중국 여성이라는 것이다. 1위는 주룽제지의 장인(56억달러),2위는 우야쥔(41억달러),3위는 홍콩 푸후아 인터내셔널의 첸리후아(40억달러)였다. 자라의 로살리아 메라는 4위,오프라 윈프리는 9위였다.

우리나라 100대 주식부자 중 자수성가형은 20%(평균 자산 6375억원).여성은 10명이지만 모두 대기업 가문(삼성가 3명,LG가 2명 등)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재벌 닷컴). 중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셈이다. 우리는 언제쯤 부모나 남편이 아닌 자기 힘으로 사업해 우뚝 선,세계적인 여성 부호를 배출하게 될까.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