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글로벌 5위의 에너지 · 엔지니어링 기업'

한국전력은 지난해 7월 이 같은 '2020년 뉴비전'을 선포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초대형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한전은 전형적인 '로컬 기업'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 33조7000억원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1.7%인 5600억원가량에 그쳤다. 국내 전력 판매 외에는 뾰족한 해외 사업이 없는 게 현실이다. 매출 규모도 전 세계 전력그룹 가운데 10위권이다.

이런 기업 체질을 10년 내 '한국판 제너럴일렉트릭(GE)'이란 호칭이 어울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바꾸겠다는 게 김쌍수 사장의 의지다. 뉴비전은 구체적으로 '2020년 매출 85조원,해외 매출 26조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금보다 매출 규모를 2.5배 키우는 동시에 해외 매출 비중도 30%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속속 추가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원자력 발전소 해외 수출이 대표적이다. 작년 12월 말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200억달러 규모의 원전 4기를 싹쓸이한 뒤 전 세계적으로 한국형 원전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이미 터키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잠재적인 원전 수출 후보국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터키와의 원전 수출은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다.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과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국 주무장관이 터키 북부 시노프지역에 원전을 건설하기 위한 협력 협정서에 서명했다. 터키는 시노프 지역에 총 4기의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데 이 중 일단 2기를 먼저 짓고 나중에 상황을 봐가며 추가로 2기를 더 짓는 방식이 유력하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430기,총 1200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이 건설될 전망이다. 한국형 원전은 가격과 안전 측면에서 모두 프랑스 일본 미국 등 경쟁국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향후 신규 원전 건설 시장에서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김 사장은 일단 "202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원전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적게 받았지만 해외 자원개발 분야에서도 한전의 글로벌 경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7월 세계 3위 유연탄 기업인 호주 앵글로아메리칸과 인도네시아 8위의 유연탄 기업 바얀리소스 지분 20%를 인수한 게 좋은 사례다. 작년 말에는 프랑스 원전그룹인 아레바 소유의 우라늄 광산 지분 10%를 사들였다.

한전은 현재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에서 추가로 자원기업이나 광구 인수를 추진 중이다. 전력 생산에 필요한 발전 연료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화력발전 사업에서도 지난 8월 멕시코 노르테 화력발전 사업을 4억2000만달러에 수주하는 등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화력발전은 한전이 처음 해외 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강점을 보여 온 분야다. 1996년 당시 세계 최대 발전소 건설사업으로 꼽힌 필리핀 일리한 가스복합 화력발전 사업을 국제 경쟁입찰을 통해 따내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과시했을 정도다.

한전 관계자는 "2020년 해외 매출 목표 26조원 중 20조원 이상을 화력과 원자력,자원 분야에서 올릴 계획"이라며 "이 밖에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와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