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는 8일 대의원 대회를 열고 무급전임자 70명의 급여를 충당하기 위해 기존 노조비 외에 매달 1만4200원을 추가로 걷기로 했다.

그러나 노조 집행부가 노조비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투표를 거치지 않고 의사봉을 두드린 데 대해 일부 대의원들이 '무효'를 주장하는 등 거세게 반발해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노 · 노 갈등이 예상된다.

기아차 노조집행부는 현재 통상급 대비 1.2%(약 2만원)인 월 노조비를 2%로 인상하는 정률안을 제시했지만 현장 노조원들과 대의원들의 반발에 밀려 인상분을 정액으로 걷기로 했다. 정률 인상안은 임금이 인상되면 노조비도 덩달아 높아져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노조는 또 앞으로 늘어날 무급전임자 임금분은 노조비 추가인상 없이 노동조합 운영비와 무급전임자를 줄이는 등 자구노력을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노조 집행부는 올 12월 열리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자구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송성호 노조 부지부장은 "노조비에서 충당할 무급전임자 숫자와 노조예산 감축 등 구체적인 자구방안을 마련해 정기대의원대회에 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에 따르면 무급 전임자 70명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연간 50억2700만원이다. 1인당 월 1만4200원씩을 추가로 걷으면 연간 47억9000만원이 돼 2억3000여만원이 모자란다. 부족한 비용은 노조 운영비 등을 줄여 충당키로 했다.

기아차노조에는 모두 234명의 노조전임자가 있었지만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제도 시행과 함께 30명이 현장으로 복귀,현재는 204명이 남았다. 노사는 최근 단체협상에서 유급전임자 21명과 무급전임자 70명 등 모두 91명의 전임자를 두기로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이날 결정에 대해 현장조직 소속 대의원들은 "일선 조합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데다 집행부가 투표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결정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전민투(기아차 전조합원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의 박홍귀 대표는 "이날 결정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날치기 통과여서 완전 무효"라며 "곧 현장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은 뒤 무효소송을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노조비의 과도한 인상은 조합원들에게 부담만 주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의사봉을 두드리고 만장일치 형식으로 회의를 끝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전민투는 이날 오후 늦게 긴급 중앙위원회를 소집,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기아차 노조의 전임자 수와 급여 지급방식 등이 결정됨에 따라 아직 유급 노조전임자 숫자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는 사업장의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