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워치] 자본주의 변신 성공 '유럽의 공장'…1000억 유로 개발 프로젝트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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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노조 30년…폴란드는 지금
역대 최대 EU기금 지원 받아…인프라 확충 '물류 중심' 꿈꿔
작년 EU 경기침체 허덕일 때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 기염
역대 최대 EU기금 지원 받아…인프라 확충 '물류 중심' 꿈꿔
작년 EU 경기침체 허덕일 때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 기염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중심부엔 이 나라의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바르샤바 중앙역을 사이에 두고 한편엔 1955년 옛 소련의 지배자 스탈린이 선물한,그러나 정작 폴란드 국민들은 싫어하는 37층의 문화과학궁전이 우뚝 서 있다. 다른 한편엔 폴란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쇼핑몰 즈워테 테라스(금빛 테라스라는 뜻)가 화려한 조명으로 번쩍인다. 유선형 유리천장으로 유명한 이 건물엔 명품 매장이 즐비하고 오가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공산주의 체제 하에 있던 30년 전 폴란드엔 시위대의 깃발과 "빵을 달라"는 함성만이 높았다. 현지 통역을 맡았던 안나 파라돕스카 바르샤바대 한국학과 교수는 "탱크도 바르샤바 시내 한복판을 누비고 다녔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식료품 값이 60%나 폭등하는 살인적인 물가에 노동자들은 들고 일어났다. 폴란드 북부 그단스크의 레닌조선소에서 일하던 레흐 바웬사는 1980년 여름 봉기를 이끌었고 이를 계기로 폴란드 첫 자유노조인 '연대(Solidarity)'가 탄생했다.
자유노조 운동은 1989년 폴란드 공산주의 체제 붕괴로 이어졌다. 공산당 본부 건물은 지난해 바로 신청사로 옮기기 전까지 자본주의 '심장'인 증권거래소로 사용됐다. 폴란드의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1만8000달러(구매력평가 기준).30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올랐다. 특히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 후엔 EU로부터 개발기금 지원을 받으며 성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거뜬히 넘겨
폴란드는 지난 2년간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EU 회원국 모두가 경기 후퇴로 허덕인 지난해에도 유일하게 1.7%의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폴란드 정부는 올해도 3% 이상의 성장을 전망한다.
폴란드가 금융위기를 잘 견뎌낸 이유는 뭘까. 야첵 코트워브스키 폴란드중앙은행(NBP)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집값 등 자산거품 문제가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만큼 심각하지 않았고 유로화가 아닌 자체 통화를 사용해 경제 현실을 반영한 환율 변동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위기 때 즈워티화 가치가 충분히 떨어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폴란드 은행들은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했다. 그만큼 부실채권이 적었다. 또 그리스나 포르투갈과 달리 국채의 상당 부분을 폴란드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었다.
폴란드는 내수가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큰 편이다. 덕분에 수출이 줄어도 타격을 덜 입었다. 마렉 우즈바 폴란드 투자청 부사장은 "금융위기 후 독일 등 선진국의 소비는 크게 위축된 반면 폴란드 국민들의 소비행태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폴란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1000억유로(약 156조원)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도 내수 확대를 이끌었다.
폴란드는 EU가 회원국들 간 경제수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경제개발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EU 기금의 최대 수혜국이다. 2007~2013년 5년간 폴란드에 배정된 EU 기금은 673억유로에 달한다. 2004년 EU에 함께 가입한 체코(267억유로),헝가리(253억유로),슬로바키아(116억유로)에 배정된 금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국가 규모가 큰 데다 특히 폴란드 동부의 개발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폴란드 영토는 유럽에서 8번째로 크고 인구는 7번째로 많다. 라파우 바냐크 경제부 차관보는 "EU 기금을 받으려면 27개 회원국을 모두 설득해야 한다"며 "프로젝트의 질(質)과 폴란드가 유럽의 정중앙에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라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정부는 이 기금을 인프라 확충과 해외기업 투자 유치 등에 활용한다. EU 기금은 위기 극복의 힘이 됐을 뿐 아니라 폴란드가 '유럽의 공장'으로 급부상하는 기반이 됐다.
◆열악한 인프라와 관료주의는 극복과제
폴란드 경제에도 약점은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열악한 기반시설이다. 폴란드 정부가 도로 철도 항만 다리 건설 등 인프라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2012년 우크라이나와 공동 개최하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까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독일 수도 베를린까지 폴란드를 동서로 관통하는 고속도로 건설 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폴란드는 서유럽으로 통하는 물류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최근 급격히 증가한 재정적자도 부담이다.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는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폴란드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7.1%로 전년의 3.7%에 비해 크게 늘었다. 폴란드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연금개혁 △엄격한 정부지출 관리를 통해 재정적자를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과거 공산주의 체제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관료주의와 지방정부의 부패 등도 극복 과제로 지적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가입도 숙제다. 폴란드 정부는 2015년까지 유로존 가입에 필요한 조건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여기엔 재정적자를 GDP의 3% 수준으로 낮추는 것도 포함된다. 다만 가입을 서두르는 분위기는 아니다. 르샤드르 코노시치니스키 NBP 경제연구소장은 "유로존에 가입하긴 해야 하는데 어느 시점이 좋은지 결정하지 못하고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는 시기"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지난 30년의 민주화 경험과 금융위기 극복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유럽 최대 축구제전인 '유로2012' 개최를 계기로 또 한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폴란드가 '비스와강(폴란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가장 긴 강)의 기적'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바르샤바 · 므와바(폴란드)=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
공산주의 체제 하에 있던 30년 전 폴란드엔 시위대의 깃발과 "빵을 달라"는 함성만이 높았다. 현지 통역을 맡았던 안나 파라돕스카 바르샤바대 한국학과 교수는 "탱크도 바르샤바 시내 한복판을 누비고 다녔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식료품 값이 60%나 폭등하는 살인적인 물가에 노동자들은 들고 일어났다. 폴란드 북부 그단스크의 레닌조선소에서 일하던 레흐 바웬사는 1980년 여름 봉기를 이끌었고 이를 계기로 폴란드 첫 자유노조인 '연대(Solidarity)'가 탄생했다.
자유노조 운동은 1989년 폴란드 공산주의 체제 붕괴로 이어졌다. 공산당 본부 건물은 지난해 바로 신청사로 옮기기 전까지 자본주의 '심장'인 증권거래소로 사용됐다. 폴란드의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1만8000달러(구매력평가 기준).30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올랐다. 특히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 후엔 EU로부터 개발기금 지원을 받으며 성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거뜬히 넘겨
폴란드는 지난 2년간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EU 회원국 모두가 경기 후퇴로 허덕인 지난해에도 유일하게 1.7%의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폴란드 정부는 올해도 3% 이상의 성장을 전망한다.
폴란드가 금융위기를 잘 견뎌낸 이유는 뭘까. 야첵 코트워브스키 폴란드중앙은행(NBP)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집값 등 자산거품 문제가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만큼 심각하지 않았고 유로화가 아닌 자체 통화를 사용해 경제 현실을 반영한 환율 변동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위기 때 즈워티화 가치가 충분히 떨어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폴란드 은행들은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했다. 그만큼 부실채권이 적었다. 또 그리스나 포르투갈과 달리 국채의 상당 부분을 폴란드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었다.
폴란드는 내수가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큰 편이다. 덕분에 수출이 줄어도 타격을 덜 입었다. 마렉 우즈바 폴란드 투자청 부사장은 "금융위기 후 독일 등 선진국의 소비는 크게 위축된 반면 폴란드 국민들의 소비행태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폴란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1000억유로(약 156조원)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도 내수 확대를 이끌었다.
폴란드는 EU가 회원국들 간 경제수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경제개발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EU 기금의 최대 수혜국이다. 2007~2013년 5년간 폴란드에 배정된 EU 기금은 673억유로에 달한다. 2004년 EU에 함께 가입한 체코(267억유로),헝가리(253억유로),슬로바키아(116억유로)에 배정된 금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국가 규모가 큰 데다 특히 폴란드 동부의 개발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폴란드 영토는 유럽에서 8번째로 크고 인구는 7번째로 많다. 라파우 바냐크 경제부 차관보는 "EU 기금을 받으려면 27개 회원국을 모두 설득해야 한다"며 "프로젝트의 질(質)과 폴란드가 유럽의 정중앙에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라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정부는 이 기금을 인프라 확충과 해외기업 투자 유치 등에 활용한다. EU 기금은 위기 극복의 힘이 됐을 뿐 아니라 폴란드가 '유럽의 공장'으로 급부상하는 기반이 됐다.
◆열악한 인프라와 관료주의는 극복과제
폴란드 경제에도 약점은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열악한 기반시설이다. 폴란드 정부가 도로 철도 항만 다리 건설 등 인프라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2012년 우크라이나와 공동 개최하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까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독일 수도 베를린까지 폴란드를 동서로 관통하는 고속도로 건설 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폴란드는 서유럽으로 통하는 물류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최근 급격히 증가한 재정적자도 부담이다.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는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폴란드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7.1%로 전년의 3.7%에 비해 크게 늘었다. 폴란드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연금개혁 △엄격한 정부지출 관리를 통해 재정적자를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과거 공산주의 체제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관료주의와 지방정부의 부패 등도 극복 과제로 지적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가입도 숙제다. 폴란드 정부는 2015년까지 유로존 가입에 필요한 조건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여기엔 재정적자를 GDP의 3% 수준으로 낮추는 것도 포함된다. 다만 가입을 서두르는 분위기는 아니다. 르샤드르 코노시치니스키 NBP 경제연구소장은 "유로존에 가입하긴 해야 하는데 어느 시점이 좋은지 결정하지 못하고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는 시기"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지난 30년의 민주화 경험과 금융위기 극복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유럽 최대 축구제전인 '유로2012' 개최를 계기로 또 한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폴란드가 '비스와강(폴란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가장 긴 강)의 기적'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바르샤바 · 므와바(폴란드)=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