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PC 등 주요 제품 판매량이 줄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가 움츠러들고 있다. D램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은 지난 4,5월 정점을 지난 뒤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기기 붐과 남아공 월드컵 특수(特需)에 힘입어 작년 하반기 본격화한 IT 경기 상승세가 1년 만에 꺾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7일 시장 전망을 밑도는 3분기 매출 40조원,영업이익 4조8000억원의 실적 잠정치를 내놨고 오는 12일 나올 미국 인텔의 3분기 실적도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 40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2분기(5조142억원)보다 4.19% 감소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분기 반도체 및 LCD 가격 하락과 TV 시장 경쟁 격화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문별로는 압도적 시장지배력을 갖춘 반도체가 3조원이 넘는 이익을 냈고 휴대폰은 갤럭시S 등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영업이익률 10% 선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선방'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놨지만,이 회사 주가는 이날 2.90% 떨어졌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망치(5조원)를 밑돈 것은 TV와 PC의 세계적인 수요 둔화가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도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2분기 폭발했던 수요가 3분기 들어 갑자기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수요 감소의 여파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인텔,LG전자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텔은 최근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LG전자는 3분기 영업적자를 냈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만 PC 제조업체들도 잇따라 하반기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업계에서는 IT 경기가 연말까지 조정을 거친 뒤 내년부터는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이 전망치를 밑돈 것은 2분기 급격한 상승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9월 초 주문량이 감소한 이후 추가적인 물량 축소 요구는 없다"고 전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