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수도가 유럽에 있지 않고,인구의 95%가 유럽 밖에 있으므로 유럽 국가가 아니다. "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2년 11월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반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터키의 EU 가입에 반대하는 이들은 자연적으로 명백한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지리를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유럽인지 아시아인지 모호한 키프로스와 유럽인지 아프리카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몰타는 논란거리가 되지 않은 채 2004년 1월 EU에 가입했다. 왜 그럴까.

역사지리학자인 크리스티앙 그라탈루 프랑스 파리7대학 교수는 "터키에 적대적인 여러 주장에서 읽어내야 하는 것은 아시아라는 단어 뒤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슬람이라는 단어"라고 주장한다. 터키의 EU 가입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지리가 아니라 종교를 비롯한 문화라는 것.모로코 역시 아프리카의 일부라는 이유로 가입이 좌절됐지만 실제로는 이슬람 국가였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라탈루 교수는 《대륙의 발명》에서 유럽의 이중 잣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유럽 국가들이 필요에 따라 지리적 위치를 내세우지만 유럽과 다른 지역을 구분하는 기준은 문화라는 것이다. 예컨대 경제통합의 경우 터키와 모로코는 최근 EU에 가입한 국가들보다 훨씬 오래전부터,더 긴밀하게 유럽 국가들과 관계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대륙'이라는 개념을 빼고 생각한다면 유럽은 얼마든지 다르게 규정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대륙은 바람,물,산 같은 자연의 이름이 아니라 '발명된 개념'이자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학습된 결과다. 대륙이라는 개념은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발견하면서부터 서서히 주입됐다. 하지만 대륙의 범주는 불확실하고 중립적이지도 않다. 지구는 둥근데 왜 유럽이 중앙을 차지하는 세계지도가 더 많은가.

저자는 "세계 구성원인 유럽은 문명이라는 아주 고상하고 고전적인 주관성에 따라 중앙을 차지하고,다른 대륙들은 그 주위에 동쪽으로는 아시아,남쪽으로는 아프리카,서쪽으로는 아메리카로 방향에 따라 분류됐으며,그 나머지는 오세아니아가 됐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아메리카 · 오세아니아의 발명과 축소 이동된 아시아,유라시아의 표류 등 대륙의 역사를 하나하나 끄집어낸다. 그러면서 "점점 더 다소속과 잡종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세계를 한 방식으로 구분하기란 불가능하다"면서 닳고 닳아서 용도폐기된 생각,즉 대륙이라는 개념과 사고 틀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세계를 구분하는 보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