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LCD(액정표시장치) 부문과 TV 등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됐지만 4분기를 저점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7일 국제회계기준(IFRS) 3분기 영업이익이 4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19%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기존 영업이익 최대치인 전분기의 5조140억원에 이은 역대 두번째 규모다.

매출액은 전분기보다 5.57% 늘어난 40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증권사들의 예상치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대한 컨센서스(평균 예상치)는 각각 41조5500억원, 5조1000억원이었다.

◇ 3분기 실적, 반도체·휴대폰이 견인…LCD·TV는 부진

LCD와 디지털미디어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한 수요둔화에 따른 직격탄을 맞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반도체은 원가 경쟁력으로, 휴대폰은 갤럭시S 판매호조로 선전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와 휴대폰 부문의 영업이익이 각각 3조2000억~3조3000억원, 1조~1조1000억원 가량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90% 가까이를 차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IT총괄 상무는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예상치를 밑돌았다"며 "반도체 부문의 실적은 양호했지만 LCD 부문 실적이 악화된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V부문도 경쟁이 심화되며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선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도 "반도체와 통신은 양호했으나 LCD와 디지털미디어 부문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TV 판매 부진에 따른 가격 하락과 재고조정으로 수익성이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4분기, 실적 부진…바닥 찍을 것

계절적 비수기인 4분기에는 실적이 더욱 악화돼 영업이익이 4조원대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 상무는 " 올 4분기에는 LCD 부문이 적자를 기록하며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계절적인 비수기인데다가 설비투자가 공급과잉과 경쟁심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영준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세트 제품의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친 데 이어 4분기에는 반도체 부문의 이익률 하락, 세트의 판가경쟁, 환율하락, 마케팅비용과 계절적 비용증가 감안하면 4분기 실적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선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3조6000억원으로 저점을 형성한 후 내년 1분기 3조8000억원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주가 영향은? 제한적 vs 조정요인

향후 주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김유진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업이익이 5조원을 밑돌기는 했지만 크게 격차가 벌어지지 않은데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실적 모멘텀(상승 동력)이 약하기 때문에 다른 IT(정보기술)주에 호재로 작용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이선태 애널리스트도 "실적이 예상을 다소 하회했지만 4분기 저점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후발 업체와의 격차 확대로 경쟁구도는 유리하게 형성되는 점이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실적이 하향 추세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조정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나오고 있다.

김영준 애널리스트는 "3분기 실적이 기대치와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과거 삼성전자의 실적이 경기 상승기에 기대치를 초과하고 하락기엔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해 온 적이 많았다는 점에서 잠정실적 발표는 주가조정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단기적으로는 D램 가격 모멘텀 약화와 디지털미디어 부문 및 LCD부문 실적 악화 등으로 4분기 실적이 하향추세에 있어 주가모멘텀은 약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55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만8000원(2.27%) 내린 77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 김효진 기자 chs8790@